포항의료원 중환자실 심장과 폐, 신장 몸 다 망가진 채 건너가려고 며칠 째 저리 사투를 벌인다 넉 달 전, 마누라 먼 곳 떠나보내고 눈물로 하루 또 하루를 보내다 이젠 기어이 먼 길 건너가려 한다 육신의 고통 극에 달하는지 여든 다섯 노인 아이처럼 엄마, 엄마를 부르다 정신을 놓고 다시 봉순아 마누라 이름 부르며 꺼억, 꺽-꺽 숨넘어가는 우리 장인 볼 수도 없고 울지도 못한다 나는 가능만 하다면 어서 건네주고 싶다 몇 시간 후, 고요히 입적에 드신다 산소마스크 심장박동기 내던지고 호呼와 흡吸의 사이마저 다 지우고 혼자서 적멸로 가는, 저 일대사一大事, 노을보다도 더 장엄하다.
- '현대시학' 2012년 3월호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 가기 마련이다. 그것이 순리이긴 하지만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경계는 사람이 겪는 일 가운데 가장 슬픈 일이다. 가까운 이를 이승에서 저승으로 보내는 일은 사람마다 그 반응이 다르다. 죽음에 대한 인식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불교 수행자들이 힘겹게 수행을 하는 까닭은 불생불멸(不生不滅)의 세계인 열반(Nirvana)에 이르기 위함이다. 사바세계는 태어나고 죽고 다시 태어나는 윤회의 연속이다. 이 윤회의 사슬을 끊고 태어남도 죽음도 없는 니르바나에 이르는 것이 수도승의 길이다. 불교에서의 죽음에 대한 인식은 담담하다. 기독교에서도 이상세계인 천국에 가는 것이기에 찬송가를 불러 보내드린다. 대체로 종교에서의 죽음에 대한 인식은 담담하다.
종교가 없는 사람들에 있어서 죽음은 그 슬픔이 극대화된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온 한 사람의 생애가 지워지는 일이다. 남은 자와의 모든 관계가 끊어지는 아픔이 있다. 이종암 시인의 죽음에 대한 인식은 시적이다. 이종암 시인은 가까운 이의 임종을 노을이 지는 일에 비유했다. 만해는 노을을 시라고 했다. 그의 시 '알 수 없어요'에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며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입니까?'라고 노래했다.
시인 kweon51@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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