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항상 일을 하신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 없이 자란 우리들 눈에 어머니의 놀고 있는 모습을 보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팔순을 넘긴 지금도 그렇게 일을 하신다.
그런 어머니에게 우리들은 그만 일하라고 말린다. 그렇게 말리면 어머니는 말씀하신다. "운동 삼아 하는 거여. 가만히 있으면 몸이 안 좋아. 이렇게 하면 운동도 되고 좋아."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어머니는 운동 삼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길거리에 광고지 한 장이라도 펄럭거리고 날아다니면 뛰어가서 줍고, 빈병 하나라도 열심히 주워오신다. 그렇게 고물을 열심히 모으신다.
우리 자매들은 그런 어머니를 말렸지만 우리들 말에 끄떡도 하지 않으시는 어머니를 이제는 더 이상 말릴 수가 없었다. 그런 어머니 모습이 힘들어 보여 언니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웃에서 고물 가지고 가라는 연락이 오면 "엄마 내가 갔다 올게" 하면서 발벗고 도우려 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나 혼자 고물장사하면 됐지" 하면서 한사코 말리신다. 그런 어머니의 고집도 언니들의 고집을 꺾지 못했나 보다. 큰언니와 작은언니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머니가 힘들게 리어카를 끄실까 봐 시간 나는 틈틈이 찾아간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흐르자 그렇게 안 된다고 하시던 어머니도 이제는 언니를 기다리고 있다. 고물을 한가득 모아두고는 언니들을 기다린다. 아마 어머니가 살아계실 동안은 퇴직할 것 같지 않은 고물장사를, 졸지에 언니 둘까지 하게 되었다.
큰언니는 항상 말한다. "엄마 살아계실 때 해주고 싶은 대로 해드리고, 돌아가시면 안 울거다." 언니들은 그것을 실천하려는 것인지 어제는 어머니가 좋아하는 나물밥을 해드리고 왔단다.
'언니들 너무 고맙고 미안해.' 나는 혼자 말해본다.
이유정(대구 달서구 선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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