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많은 직업군이 행복의 지수는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다양한 것이 무엇일까 하고 떠올려봤다. 식물이나 동물들 종이 매우 많다는 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옛날에 비해 급격히 많아진 것이 무엇일까. 바로 직업군이다. 현대사회의 큰 특징 중 하나가 수많은 직업군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불과 1세기 전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이 전문 직업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이 밖에도 특정 영역을 전문적으로 나눠 직업으로 분류한 숫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월등하게 많다. 인간이 먹고살기 위한 방편으로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직업도 있지만, 현대문명의 변화에 따라 연혁이 짧은 직업군도 부지기수이다. 인간세계의 삶이 그만큼 복잡하고 다양해졌다는 징표이기도 하다. 현대인들의 복잡하고 다양한 삶은 행복과는 어떤 연관관계를 지니고 있을까. 비례가 아닌 반비례의 역설적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었다는 인류문화 관계자의 논문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어느 노인이 바닷가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외로움을 견디는 듯한 모습으로 세월아, 하고 앉아 있는데 젊은 부부가 다가와 질문을 던졌다. "어르신, 왜 이렇게 낚싯대 한 대만 바닷물에 던져 효율성 없이 고기를 낚고 계세요" 하고 타박하듯 말했다. 노인은 젊은 부부에게 "그럼 그물을 가지고 고기를 낚은 뒤 그 다음은…" 하고 되물었다. 이때 젊은 부부는 동시에 "고기를 많이 잡아 배를 사죠"라고 답했다. 이 노인은 다시 "그 다음은". 부부는 다시 대답하기를 "이 배로 돈을 많이 벌어 더 큰 배를 산뒤 원양무역을 해야죠" "그리고 돈을 많이 모아 바닷가에 집을 짓고 여가를 즐겨야죠" "그리고 아이들이 크면 재산을 많이 넘겨주고 우리 부부는 낚시 같은 유유자적한 놀이를 즐길 겁니다". 이 말은 듣고 있던 노인이 부부에게 "지금 내가 자네 부부가 얘기하는 과정을 겪은 뒤 지금 여기에 있질 않은가"라고 했다.

무엇 때문에 바쁘고 무엇을 위해 정신없이 뛰는지에 대한 명확한 자기 철학 부재의 인간상을 드러낸 위 예문은 암울한 지구시대의 미래를 암시하기도 하다. 노동에서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현대인의 일상은 죽도록 일만 하는 모습으로 형상화된다. 또 불과 100여 년의 미래를 짐작할 수 없다는 고민이 늘어나는 만큼 직업군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지난 과거 선조들의 삶이 오히려 바람직한 모습일 수 있었다는 귀결점에 도달하게 된다. 직업의 수도 그리 많지 않았고, 이에 따라 대비되는 갈등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을 지난 과거의 삶. 단지 과거이기 때문에 미개하고 불편했을 것이란 선입견은 어쩌면 꿈을 깨지 못한 현대인들의 선입견이 가져다 준 몽상이 아닐까 한다.

우병철 365정형외과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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