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산업단지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는 노조와의 임금단체협상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면 연간 인건비가 20%가량 늘어날 수 있어서다. 회사 측은 "임금 인상분만큼 투자금이 줄어들 수 있다"며 "경쟁력이 떨어지면 납품업체를 잃거나 주문이 감소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통상임금 확대와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관련 정책변화가 예고된 가운데 대구 자동차부품업체들이 투자 위축에 따른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중소 부품업체들은 인건비 상승이 회사 존폐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자동차부품업계는 통상임금 확대가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통상임금 확대 시 국내 1차 협력업체 532개사의 인건비는 매년 5천914억원(9.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협회는 7천~8천개로 추정되는 2, 3차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인건비 부담액이 3~4배에 달해 최대 2만명까지 고용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측은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대외변수에 따라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중소부품업체들은 당장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대구 자동차부품업체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대구상공회의소가 지난달 지역 102개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84.3%가 대법원 판결로 통상임금에 대한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기업 경영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제조업 가운데에서도 자동차부품과 기계'금속업의 영향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상의 관계자는 "산업별로 살펴봤을 때 섬유와 전자 등의 업종은 경영 부담을 느끼지 않는 기업이 있었지만 자동차부품업체들은 응답기업 모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인건비 추가 인상분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섬유업종과 전기'전자업종이 각각 29.4%, 33.3% 인상분이 없다고 답한 반면 자동차부품과 기계'금속은 모두 인건비 추가 인상분이 발생한다고 답했다. 자동차부품 업종도 53.0%가 11% 이상 인건비가 추가 인상된다고 예상했다.
규모가 큰 1차 협력업체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에스엘 관계자는 "통상임금이 확대되더라도 노조와의 합의만 잘하면 문제가 없을 듯하다"면서도 "하지만 임금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임금체계 개편이 잦아 대응하기가 쉽지않다"고 말했다.
한 중소 부품업체 대표는 "연구개발과 투자 없이는 주문이 늘어날 리가 없는데 인건비마저 오르면 경쟁력이 없어진다. 가뜩이나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데 근로시간 단축은 회사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재하 삼보모터스 대표는 "통상임금이 확대되면 임금이 오르는 업체들이 나오게 될 것이고 중소부품업체 직원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며 "사람이 빠져나가는 상황도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이 미칠 영향도 크다. 성서산업단지에서 자동차 동력전달장치를 생산하는 A 업체는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정책을 관심 깊게 지켜보고 있다. 근로시간이 단축될 경우 주말 근무가 불가능해 인력을 추가로 모집하거나 주말 업무를 중단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
회사 관계자는 "라인을 추가하는 경우도 고려하고 있지만 사실 근로시간 단축이 일으킬 파장은 한둘이 아니다"며 "대책이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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