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장 컷오프 관전포인트…'무명 돌풍' vs '현직 프리미엄' 표심 어디로

새누리당 대구시장 본경선에 나설 4명의 출마자들이 최종 확정됐다. \
새누리당 대구시장 본경선에 나설 4명의 출마자들이 최종 확정됐다. \'현역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서상기'조원진 국회의원과 이들에 대항해 이재만'권영진 예비후보가 \'반란\'을 선언하며 선거전에 나섰다.

① 권영진·이재만 '신선한 도전'

< 권 "시민들의 변화 열망 대구 혁신위해 최선" 이 "기초長 출신으로 지역 사정 제일 밝아">

'무명'의 반란인가.

새누리당 중앙당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가 27일 발표한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 선출을 위한 최종 예비경선(컷오프)에서 이재만 전 동구청장과 권영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이름이 발표됐다. 서상기'조원진 두 현역 국회의원과 어깨를 나란히 한 이들 후보에 대해 대구 정치권과 시민들은 '놀라움'과 '신선함'을 나타냈다.

2차 컷오프에서 살아남은 최종 명단을 보면서 많은 시민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지역 정가는 그동안 '이'권 예비후보가 컷오프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물음표를 달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권 후보는 그동안 서울에서 정치활동을 해왔던 이른바 '서울 TK'다. 40대 초반에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냈고 이후 18대 국회에선 서울 노원구에서 국회의원으로 선출됐다. 그래서 이번에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했을 당시 대구시민들은 그에게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 대구시장 출마는 지역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수단이며, 근저에는 이후 치러질지도 모를 국회의원 재보선에 나오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권 후보는 "출마선언 두 달 만에 5년'10년 이상 대구에서 정치했던 다른 후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컷오프를 통과한 것은 기적 같은 일"이라면서 "이는 새로운 인물을 통해 대구의 변화와 희망을 만들고자 하는 시민들의 열망이 이룬 승리다. 앞으로 대구 혁신과 대구 살리기가 성공하는 순간까지 목숨을 걸고 뛰겠다"고 약속했다.

이 전 동구청장의 본경선 합류는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흥행몰이는 물론 대구시장 후보 선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연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동안 '스펙'을 따지는 경향이 강했던 대구시장 선거에서 기초단체장 출신이 광역단체장 도전에 경쟁력을 나타낼 수 있다는 첫 사례를 이뤘다는 평가다. 일부에선 '토종 인재'를 키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 전 구청장의 선전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 후보는 "출마선언과 동시에 정말 열심히 걷고 또 뛰었다. 대구에서 나고 자라 지금까지 대구만 바라보면서 살아왔다고 장담한다"며 "대구시민들에게 중앙 정치인보다 지역을 잘 알고 있는 후보라는 점을 적극 호소하겠다. 대구 재도약을 위해 준비된 일꾼이라는 자세로 본경선에서도 후회 없는 선거전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지역 한 정치인은 "그동안 대구시장 선거는 시민들의 관심과는 크게 동떨어진 채 '그들만의 리그'로 치러졌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전국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시민들의 관심을 끄는 요소가 많다"면서 "특히 이 전 구청장과 권 전 부시장의 선전으로 다가오는 새누리당 후보를 가릴 경선과 이후 야권 후보로 나선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예비후보와의 본선 대결도 불을 뿜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정욱진 기자

②서상기·조원진 '지지기반 탄탄'…늦은 출마 행봉도 무난히 컷오프 통과, 본경선서도 통할까

'현역 프리미엄'의 강고함은 어디까지 갈까.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를 선출할 본 경선에 서상기 국회의원(대구 북을)과 조원진 국회의원(대구 달서병)이 무난하게 안착했다. 두 현역 의원은 다른 후보에 비해 비교적 늦게 경선전에 합류했다. 특히 서 의원은 그간 오락가락 행보를 이어오다 공천 신청 하루 전 출마를 선언하는 바람에 정치권 안팎에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각종 선거전에 등장하던 현역 프리미엄은 이번 대구시장 선거에서도 어김없이 위력을 발휘했다는 평이다. 현역 의원이 가진 장점은 대단히 많다. 본 경선에서 적용될 공천 룰인 2(대의원):3(책임당원):3(국민선거인단):2(여론조사)에서도 당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나 되기 때문에 지역구 당원협의회를 가지고 있는 현역 의원의 위력은 상당하다.

이번 최종 컷오프에서 살아남은 권영진 예비후보와 이재만 예비후보가 "이들 현역 국회의원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앞으로 본 경선을 앞두고 현역 프리미엄이 상당 부분 작용할 것"이라며 우려 섞인 한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반면 두 국회의원의 상위권 지지세가 초반부터 지금까지 큰 변화가 없는 대신 이재만'권영진 예비후보의 경우 초반의 낮은 지지세가 점차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두 국회의원이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지역 정가에서는 서 의원과 조 의원의 현직 기반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느냐가 이번 경선전 최고의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구를 기반으로 한 서 의원과 달서구를 잡고 있는 조 의원의 조직 경쟁력이 본 경선(4월 20일)까지 3주가량 남은 기간 동안 얼마만큼 확장성을 가지고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일부에선 이들 의원이 얼마나 많은 동료 의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아직까지 국회의원 10명은 자신의 의중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경선이 막바지에 이를 경우 자신이 지지할 후보를 점찍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지역 정가의 전망이다.

대구 출신의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대구 국회의원들이 대구시장 선거에 끝까지 중립을 지키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경선이 임박하면 정치 공학적인 측면과 자신의 정치 입장 등을 최대한 고려해 네 명의 후보 중 한 명을 점찍을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당협을 가지고 있는 당협위원장인 국회의원을 어느 후보가 얼마나 많이 잡느냐가 이번 싸움의 키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정욱진 기자

③지역 국회의원들 "아직은 안갯속"…"남은 기간 선거운동 변수 대의원·당원 표심 잡아야"

지역 국회의원들은 27일 최종 예비경선(컷오프) 결과 발표로 대구시장 선거의 막이 올랐다고 평가했다. 2명의 현역 국회의원과 비현역의 대결에선 현역 의원이 다소 유리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으면서도 남은 기간 선거운동 효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역 의원들은 대체로 대의원 20%, 당원 30%, 일반국민 30%, 여론조사 20%의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선에서 후보군은 전체의 50%를 차지하는 대의원과 당원의 표심을 잡는 쪽이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선거 초반에는 당원'대의원과 스킨십이 많고 지역에서 지명도가 높은 조원진'서상기 두 현역 국회의원이 치고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상훈 국회의원(서구)은 "여론조사에서 상위 순위에 있었던 서상기 국회의원을 비롯해 현역 국회의원이 조금 더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희국 국회의원(중남)은 "후보 확정 절차인 '2:3:3:2' 룰을 어떻게 이용할 지가 관건이다. 여론조사로 차이를 내기는 어려울 것 같고 대의원의 마음을 잡는 사람이 유리할 것"이라면서도 "TV토론, 언론 보도, 공약, 스피치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시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사람이 선거에서 이길 것이다"고 했다.

선거 운동이 본격화하면 현역-비현역 간의 대결 구도가 약해질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어느 쪽이 유'불리한지 내다볼 수 없다는 뜻이다.

윤재옥 국회의원(달서을)은 "후보가 많아서 선거에 관심이 덜했던 시민이 컷오프 결과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무응답층이 줄어들 것 같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고, 권은희 국회의원(북갑)은 "이번 선거는 누가 얼마만큼 열심히 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거라고 본다. 아직 월등한 후보가 없다. 시간이 남았고, 더 지켜본 뒤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후보 확정으로 컨벤션 효과가 생긴다면, 선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본격적인 검증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이종진 국회의원(달성군)은 "역동적이든, 정치적 경험이 많든, 지역 사정에 밝은 분이든 시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분들이 컷오프를 통과했다. 각자의 장단점, 정책을 좀 더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홍지만 국회의원(달서갑)도 "경륜과 안정. 비전을 겸비한 후보인지, 역동적이고 열정을 가진 젊은 후보인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지금의 열기가 시정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주호영 새누리당 대구시당위원장(수성을)은 "지역 당협위원장인 국회의원들이 지방의원 공천 문제로 한 두 번 모일 수 있고, 그 자리에서 대구시장 후보에 대한 지역 여론을 전달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그런 자리에서 각자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 쉽게 밝히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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