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6억 원(35만 파운드)을 투자한다고 했을 때 비난 여론이 하늘을 찔렀다. 한때 탄광'조선 도시로 명성을 날렸으나 산업화의 유물만 붙잡고 있다가 몰락하기 시작한 영국 북부 타인위어 주 게이츠헤드 시가 랜드마크, '북방의 천사'를 설치하기 위해 예산 6억 원을 배정한다고 하자 빈민 구제와 복지에 투입되어야 하는데 무슨 '문화 놀음'이냐고 비난이 쏟아졌다.
게이츠헤드 시의회는 개의치 않았다. 시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끊임없이 설득해 나가면서도 6억 원을 확보, 탄갱을 메운 위에 영국 북부 지역을 대표하는 조각상을 세우자고 밀어붙였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배경이기도 한 게이츠헤드의 주민들은 땟거리도 없는데 랜드마크를 세우는 것은 돈 낭비라고 볼이 퉁퉁 부었다.
'북방의 천사'가 들어설 언덕 주변에 살던 연금 생활자들은 날개만 해도 54m에 달하는 랜드마크가 집에 그늘을 드리울 것이라며 반대했고, 일부는 도로 옆 랜드마크가 운전자 시선을 분산시켜 교통사고를 부추긴다고 우려했다. 갖가지 걸림돌에도 불구하고, 게이츠헤드 시의회는 꿋꿋했다. 죽어가는 도시를 살릴 방법은 문화뿐이라고 믿었다.
문화로 도시를 재생하기로 결의한 지 4년 만에 '북방의 천사' 프로젝트는 안토니 곰리 작가에게 맡겨졌다. 곰리는 도심 근처 버려진 공장에서 시민 봉사자들과 함께 4만 개의 테라코타 조각상을 만들고 전시하여 두 달 동안 2만 5천 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이면서 자신감을 키웠다. 80만 파운드(16억 원)로 늘어난 예산은 영국 복권기금으로 충당했다.
1998년 2월, 게이츠헤드의 랜드마크 '북방의 천사'는 지상으로 내려왔다. 1만 개 콜라 캔을 이용한 재생 아트였다. 야외 조각상 '북방의 천사'는 연간 천만 관광객을 불러모으고, 8조 원의 관광 수입을 일으켰다. 20만 명 시민 가운데 20%가 실업자였으나 북방의 천사가 지켜보면서 실업률은 4%대로 떨어졌다. 16억 원의 문화 예산 투입이 빚어낸 기적이다.
오는 31일(월)부터 문화기본법이 시행된다. 이 법은 문화적 가치 확산을 목표로 문화영향평가와 문화진흥 5개년 기본 계획을 세울 것을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대구시의회가 문화진흥기본계획에 필요한 예산 1억 원도 수용해 주지 않은 것은 문화에 대한 몰이해다. 대구시의회와 게이츠헤드 시의회 너무 차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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