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어깨와 등 근육이 자주 뭉쳐 힘들어하던 유명옥(49'여'대구 수성구 신매로) 씨는 18일 오전 대구 수성구 고산로의 '우리한의원'을 찾았다. 주변에 다른 한의원이나 정형외과들도 많았지만 유 씨가 이곳을 고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유 씨는 '우리한의원'을 운영하는 대구시민의료생협(의료생협)의 조합원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 형태로 병원이 운영된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저렴하게 진료받을 수 있다는 말에 반신반의하며 가입했지만,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의 병까지 함께 돌봐주는 이 한의원의 서비스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 유 씨는 "이 병원의 한의사 선생님이 나뿐만 아니라 우리 딸도 똑같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고 같이 치료해 주셨다"며 "단지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건강까지 같이 돌봐주시는 것을 보면서 조합원으로 가입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의료소비자들이 좀 더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한 대안으로 '의료생협'이 주목받고 있다.
의료생협이란 의료, 건강, 생활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주민과 의료인이 협력해 만든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대구시에 등록된 의료생협은 총 21곳이며 이 중 18곳이 병원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아직 많다.
대구지역 의료생협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생긴 의료생협들 중 대부분이 2012년에 등록을 마쳤다"며 "10년 안팎의 역사를 가진 타지역의 의료생협에 비하면 대구지역의 의료생협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최근에 의료생협이 대구지역에 갑자기 생기는 이유는 2010년 생활협동조합법의 개정으로 의료생협의 설립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합원 300명과 3천만원 이상의 출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면 의료생협 개설이 가능하게 됐다.
대구지역의 의료생협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가장 큰 문제가 좋은 의사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구시민의료생협의 경우 의사확보를 위해 인도주의의사협의회 등 의사 단체들에 협조를 구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노력한 끝에 겨우 의료생협의 취지에 공감했던 박승배 한의사를 원장으로 채용할 수 있었다. 이용재 이사는 의료생협에 참가할 의사를 찾는 과정에서 개원의들의 싸늘한 시선을 느낀 적도 많다고 털어놨다. 이 이사는 "의료인들 사이에서 '의료생협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뺏는다'는 인식이 돌고 있는 듯했다"며 "'사무장병원'으로 인한 생협에 대한 오해에다 의료생협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까지 겹쳐지면서 결국 양방 의사를 채용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복잡한 법 체계도 의료생협이 발전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2010년 생활협동조합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의료생협의 설립 및 운영은 불법이었다. 왜냐하면 의료법상 병원의 설립은 의료인만이 가능했고, 의료법인이 병원을 열 경우에는 영리추구를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2010년 생활협동조합법이 지정한 사업 종류에 보건'의료항목이 포함되면서 의료생협이 설립될 법적 근거를 얻었다. 하지만 지난해 의료생협이 속칭 '사무장병원' 설립에 악용됐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일부 의료생협은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지만 강화된 설립 기준은 넘기 힘든 장벽이 되고 있다.
의료생협에 대해 생소해하는 지역민들에게 의료생협에 대해 알리는 것도 넘어야 할 산이다. 병원을 열고 운영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의료생협에 대해 지역민들에게 의료생협의 이점'목표 등을 홍보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초기투자비용 때문에 아직은 적자를 보는 병원이 많다. 이는 조합원 가입과 활동이 늘어나면 해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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