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텍사스 주 포트워스에서 발생한 10대 소년의 음주 운전 사고가 미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16세의 이선 카우치는 텍사스 주 법이 허용한 성인 혈중 알코올 농도의 3배인 0.24 상태에서 픽업트럭을 몰다 6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기소됐다.
문제는 재판 결과다. 12월 텍사스 지방법원 진 보이드 판사는 카우치에게 보호관찰 10년을 선고했다. 변호인은 카우치가 소위 '어플루엔자'(Affluenza)로 고통받고 있어 감옥이 아니라 재활 치료가 필요하다고 변론해 이런 판결을 이끌어 냈다. 그러자 뉴욕타임스 등 언론이 들고일어났다. 보이드 판사의 과거 판결 이력까지 거론하며 불만을 표시했다.
보이드 판사는 과거 약물중독 상태에서 운전하다 인명 사고를 낸 10대 소년에게 10년 형을 선고했다. 2004년 알코올 농도 0.11의 음주 상태에서 운전하다 1명을 죽게 한 에릭 밀러에게 가혹하게도 20년 형을 선고했다. 유독 카우치에게만 관대하게 처분해 법 형평성 문제를 야기했는데 가난한 집 아이들에 대한 차별적인 판결이라는 것이다. 금속회사 소유주인 카우치의 아버지는 연 수입 150억 원에 달하는 부자로 알려졌다.
사전은 어플루엔자를 '부자병'으로 풀이한다. 풍요하다는 어플루언트(Affluent)와 인플루엔자(Influenza)를 합성한 신조어로 돈이 많을수록 더 많이 가지려는 현대인의 소비 지상주의를 뜻하는 용어다.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사람이 걸리는 정신장애 현상에도 적용하는데 권태감과 만성 울혈, 채워지지 않는 욕구 등 일종의 사회병리 현상이다.
우리 사회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져 연일 여론이 들끓고 있다. 광주법원과 검찰이 탈세와 횡령 혐의로 기소된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에게 일당 5억 원의 '황제 노역'을 허용했다가 사회적 반발이 커지고 있다. 죄질이 무거운 조세 포탈 범죄의 경우 엄하게 다스려야 함에도 법조계가 이 원칙을 깨고 법 정신을 훼손해서다.
이면에는 허 회장의 든든한 집안 배경과 토착 기업 봐주기와 같은 정실 판결 논란도 불거졌다. 법원'검찰이 재력과 권세를 배경으로 한 부자병을 인정한 것이나 뭐가 다른가. 어플루엔자라는 어처구니없는 질병이 우리 사회의 가치와 법 정신을 좀먹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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