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고위 공직자 직계 존비속, 떳떳이 재산 공개하라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공직자 재산 공개 대상인 1천868명의 행정부와 자치단체 고위 공직자 가운데 27%인 504명이 한 명 이상의 직계 존비속 재산 공개를 거부했다. 현행 규정상 독립 생계를 유지하는 직계 존비속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허가로 재산 등록 고지를 거부할 수 있다.

이번의 재산 공개 거부 비율은 지난해의 27.6%에 비해 수치상으로는 0.6%포인트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재산 고지 거부 제도를 악용할 수 있다는 비판으로 정부가 기준을 강화했는데도 4명 가운데 한 명꼴로 고지를 거부했다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이들이 재산 공개를 거부하는 이유는 인권과 사생활 보호다. 고위 공직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헌법에 보장된 사생활 보호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럴듯하지만, 이 이유가 정당하려면 몇 가지 전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먼저 청렴성이다. 공직자는 어떤 이유에서도 부당한 방법으로 재산을 축적해서는 안 된다. 또한, 불법 증여나 재산 빼돌리기를 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거액의 금품이 오가는 비리 사건 때마다 공직자가 연루되지 않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수법도 교묘해 본인의 재산만을 추적해서는 찾아내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직계 존비속의 재산 등록은 사생활 보호에 앞서 국가와 국민에 대한 의무와 같다.

불성실 신고와 이에 대한 제재도 마찬가지다. 재산 등록 신고 대상자 13만여 명 가운데 3분의 1을 검증한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지난해 심사 결과에 따르면 429명이 실제 재산과 신고 내용이 5천만 원 이상 차이 났다. 그 가운데 3억 원 이상 축소 신고한 사례도 21명이나 됐다. 그러나 처벌은 과태료와 징계 요구가 전부다. 20년 넘게 시행한 제도지만 '몰랐다' '실수로 빠뜨렸다'는 해명으로 은근슬쩍 넘어가는 것은 그만큼 느슨하고 형식적이라는 것이다.

국가가 공직자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여러 가지를 제한하고 이를 어겼을 때 엄하게 처벌하는 것은 그만큼 공직자의 권한이 크고, 비리에 연루될 여지가 많아서다. 여기에 대해 떳떳하고 재산 형성 과정에 문제가 없다면, 직계 존비속의 재산 등록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또한, 누구보다 엄정하게 법을 지켜야 할 고위 공직자이면서 예외 조항을 이용해 피해 나가는 것도 옳지 않다. 정부도 예외 없는 공개가 될 수 있도록 법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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