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대학 구조조정 혹은 지방대 죽이기

2014년은 대학 구조조정의 원년이다. 지난 1월 교육부는 앞으로 10년간 대학 입학 정원을 강제로 감축하고, 부실 대학을 퇴출하는 구조조정(구조개혁) 추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대학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대학불사'(大學不死)가 이제 옛말이 된 것이다.

얼마 전 인사를 나눈 경산 지역 모 대학 총장은 "대학불사는커녕 앞으로 10년 후면 대구경북 대학 중 절반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우리 지역에 텅 빈 대학 건물과 나대지가 넘쳐날지 모른다"고 말하며 얼굴이 굳어졌다.

지역 대학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정적 요인은 학령인구 감소이다. 교육부는 2013년 기준 63만 명의 고교 졸업자가 10년 후 2023년에는 40만 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70%)을 적용하면 2023년 실제 대학 진학 인구는 현재 대학 입학 정원(56만 명)의 절반에 불과한 28만 명까지 급감한다. 단순한 수치상으로는 앞으로 10년 후에 정말로 지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대학이 사라질 수 있다.

더욱 두려운 현실은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대학 구조조정 위기'가 수도권은 비켜 가고 자칫 '지방대 죽이기'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가 지난 1월 발표한 대학 구조개혁 추진 계획 핵심은 대학 평가를 통해 전국 대학을 5등급(최우수-우수-보통-미흡-매우 미흡)으로 나눈 후 최우수를 제외한 나머지 등급의 대학 입학 정원을 강제로 감축하는 것이다.

문제는 정원 감축 비율을 결정하는 대학 평가 방식에 있다. 교육부는 수도권과 지방 대학에 같은 평가 잣대를 적용하는 구조개혁안을 발표해 '지방대 죽이기' 논란에 스스로 불을 지폈다. 애초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방안을 연구한 정책연구팀은 수도권과 지방을 분리해 평가할 것을 제안했지만 정작 교육부 최종 발표에서는 함께 평가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우리나라의 대학 경쟁력은 '교육의 질' 이 아니라 '얼마나 서울에 가까이 있느냐'에 달려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인 서울'(In Seoul) 현실에서 지방대는 신입생 모집률, 재학생 충원율, 취업률 등 모든 대학 평가 지표에서 수도권 대학에 밀릴 수밖에 없다. 교육의 수도권 집중화가 갈수록 가속화하고 있는 마당에 동일 평가 기준에 의한 대학 구조조정 방식은 열악한 지방대, 특히 군소 사립대학 죽이기나 다름없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역 대학이 문을 닫는다고 가정해 보자. 당장 주변 공동화가 발생한다. 학생들이 사라지는 거리는 활기를 잃고 주변 식당가에는 손님 발길이 끊긴다. 무엇보다 지역 발전의 경쟁력을 상실하고 말 것이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도시는 대학을 끼고 있다. 지역 대학을 졸업한 우수 인재가 지역에 남고, 지역 발전에 이바지하는 '교육-지역발전 선순환 구조'야말로 세계화 시대 도시의 성공 비결이라 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출발 선상에서부터 태생과 자원이 다른 수도권과 지방 대학을 동일한 잣대로 평가할 수는 없다. 이런 평가라면 대학 구조조정의 피해는 고스란히 지방대학의 몫이며, 결국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이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려면 지역 발전, 즉 국토 균형 발전을 고려한 새로운 평가 체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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