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조재혁(44'사진)은 이야기꾼이다. 약간은 하이톤의 목소리에 차분하고 부드러운 말투다. 가끔은 그만의 독특한 환호성을 팡 하고 튕겨내며 살뜰히도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가 들려주는 피아노 소리도 똑같다. 마치 재미있는 스토리를 들려주는 것처럼 관객들에게 자꾸만 말을 걸어온다.
지난달 28일 대구시민회관 첫 기획공연으로 열린 '더 그랑 피아노'의 출연자로 대구를 찾은 그를 만났다. 벌써 4년 넘게 KBS 클래식FM의 인기 프로그램 '장일범의 가정음악'에서 매주 수요일 '위드 피아노'라는 고정 코너로 청취자들과 만나다 보니 참 익숙한 인물처럼 느껴지는 그였다,
그는 우연찮은 계기로 방송에 출연하게 됐다. 피아노 트리오 멤버로 청소년음악회를 열게 됐는데, 공연 시작 30분을 남겨두고 갑자기 해설이 좀 곁들여지면 좋겠다는 주최 측의 요청이 있었고, 이날 객석에서 그의 해설을 지켜본 장일범 씨가 출연을 제안했던 것이다.
생방송을 하며 즉석에서 연주를 곁들이는 일이 물론 쉽지는 않았다. 청취자들의 귀를 잡아끌 만한 재미있는 스토리를 찾기 위해 수많은 공부도 해야 했다. 장일범과 보조를 맞춰 유창하게 수다를 떨어대는 그는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클래식을 친근하게 풀어내는 '전도사'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동안 아바, 마돈나, 레이디 가가, 비욘세가 부른 다양한 팝송을 다뤘는데 KBS 클래식 프로에서 팝송을 튼 건 그가 처음이라고 한다.
피아노의 음색은 어떤 빛깔이냐고 물었다. 그는 "피아노는 다른 악기와는 달리 모노크롬(단색) 같은 음색을 가졌지만 그라데이션(단계적 차이)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깊이를 담아낼 수 있는 오묘한 악기"라고 했다. 피아노 건반을 눌러 해머가 선을 두드리는 떨림의 강약을 조절함으로써 음색을 조절한다. 이런 미묘한 차이를 감지하고 이용할 줄 아는 그는 큰 연주홀이든, 작은 하우스 콘서트든 가리지 않고 연간 80차례 이상의 활발한 연주를 벌이며 호평을 받고 있다. 올해 대구에서는 6월 4일 '위드 피아노'라는 제목으로 대구시민회관 챔버홀 연주와, 7월 22일 공간울림이 마련한 서머 페스티벌 '이탈리아-대구에 빠지다' 무대, 그리고 10월 14일 수성아트피아 튜즈데이모닝콘서트가 예정돼 있다.
화성학은 물론이고 음악의 역사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그는 앞으로 "작곡가의 의도를 가장 잘 전달하는 기본은 물론이고, 나만의 이야기를 음악 속에 담아내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스승인 니나 스베틀라노바(뉴욕 맨해튼음대)가 단 두 개의 음으로 그의 눈물샘을 자극했듯, 첫 음의 떨림만으로도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할 수 있는 그런 연주를 들려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그다.
▷조재혁은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으며, 미국 줄리아드음대를 나와 맨해튼음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페인 마리아 카날스 콩쿠르 1위, 1993년 뉴욕 프로피아노 영아티스트 오디션 우승을 거쳐 카네기홀 와일 리사이틀 홀에서 정식 데뷔 무대에 섰다. 현재 성신여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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