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농지연금은 농업인 은퇴 선물

'아디오스 노니노'(Adios Nonino).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의 마지막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울려 퍼졌던 이 곡은 작곡가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모하며 만든 곡이다.

아디오스는 스페인어로 '안녕', '노니노'는 아버지의 미들 네임을 의미한다. 피겨 선수로서 마지막 무대의 '이별곡'으로 '아디오스 노니노'를 선택한 김연아 선수에게 이 곡은 가장 감동적이면서 가슴 뭉클한 은퇴 선물로 영원히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수십 년 동안 농업을 천직으로 알고 가족을 부양하며 우리 사회를 지탱해 온 농업인에서 물러나 은퇴를 앞두고 있는 우리 고령의 농업인들에게 '아디오스 노니노'와 같은 감동적이고 가슴 뭉클한 선물은 과연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

사실 영농 현장에 가보면 은퇴를 해야 할 시기에도 뙤약볕 아래에서 힘겹게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을 많이 뵙곤 한다. 조금은 내려놓아도 될 텐데 본인들의 영농 은퇴가 자녀들에게 가져다줄 부담감을 알기에, 여느 직장인들처럼 불안한 노후를 예상하기 때문에 농업인들은 힘에 부치면서도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바꿔 생각해보면 이렇게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고령 농업인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노후 대책이 있다. 자녀들에게서 경제적 독립을 하면서도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충족할 수 있는 제도 바로 '농지연금'이다.

지난 2011년부터 한국농어촌공사가 시행하고 있는 농지연금은 도시민들이 '주택'을 통한 주택연금으로 노후를 준비하듯 농업인들이 소유 '농지'를 담보로 매월 일정 금액의 자금을 연금 방식으로 지급받는 역모기지 제도다.

신청 자격은 부부 모두 65세 이상이고 영농 경력 5년 이상, 소유 농지 3만㎡ 이하면 가입할 수 있으며 종신형과 기간형(5년, 10년, 15년) 중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70세 농업인이 2억원 규모의 농지를 담보로 종신형에 가입할 경우, 매월 81만원의 연금을 평생 수령할 수 있다.

또한 농지연금에 가입한 농업인은 연금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땅에서 직접 농사를 지을 수도 있고 임대를 통해 추가 소득을 얻을 수도 있다. 농지연금이 가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올해부터는 몇 가지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서 농지연금의 활용도가 더욱 높아졌다. 우선 담보 농지 평가 방법을 기존 공시지가로만 하던 것을 가입자가 공시지가 또는 감정평가액의 70%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해 실질적인 연금 수령액이 늘어났다.

이 밖에도 담보 농지 2% 수준의 가입비가 폐지되고, 대출이자도 4%에서 3%로 인하됨에 따라 농지연금 가입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는 지난 2011년부터 올해 현재까지 대구'경북 농업인 337명에게 총 213억원을 지원해 고령 농업인들의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도모하고 있다. 올 한 해도 총 21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고령 농업인의 원활한 영농 은퇴를 지원할 계획이다.

아직까지 농업인들에게 농지는 '자산'이라기보다는 '상속'으로서의 가치가 좀 더 우선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은퇴 후 삶이 길어지는 100세 시대, 고령 농업인의 인생 제2막을 위해 필요한 자산으로서의 가치도 이제는 생각해볼 때다.

그들은 편안하고 행복한 은퇴를 맞이할 권리가 있다. 자식들이 그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 새로운 시대가 원하는 신개념 효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고령 농업인들이 행복한 은퇴를 맞이할 수 있도록, 자녀들이 먼저 '농지연금'을 권해 보자. '농지연금'이 고령 농업인들의 감동적이면서도 가슴 뭉클한 은퇴 선물, '아디오스 노니노'가 되길 기대해 본다.

예병훈/한국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