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 파기에 대해 사과한 것은 시점과 형식, 논리 모두에서 매우 부적절하다. 우선 시점부터 따져보자. 공약 파기에 대한 사과 요구는 진작부터 제기됐지만 새누리당은 콧방귀도 안 뀌었다. 국민을 우롱한다는 거센 비판이 나왔지만 모른 체했다. 그랬던 새누리당이 뒤늦게 꺼낸 사과의 의미가 무엇인지 국민은 잘 안다. 약속 파기에 대한 새정치민주연합의 맹공으로 지방선거가 '약속 대 약속 파기' 구도로 치러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면피성 책략이다. 그런 점에서 최 원내대표의 사과는 진정성을 읽기 어렵다.
사과의 형식도 문제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그런 점에서 사과를 하려면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 매일신문은 지난 1월 17일 자 사설에서 이미 이를 지적한 바 있다. 이런 점에서 최 원내대표의 '대리 사과'는 약속 위반에 대한 국민의 불편한 마음을 풀어주기에는 역부족이다. 국회에서 사과한 것도 적절치 못하다. 형식도 내용만큼 중요하다. 새누리당의 사과가 제대로 된 사과가 되려면 그 형식은 국회 연설이 아니라 대(對)국민 사과여야 한다.
사과의 논리 역시 수긍하기 어렵다. 최 원내대표는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수많은 후보들이 난립해 선거를 혼탁하게 하고 지역사회를 혼란에 빠뜨린다"고 했다. 이런 부작용은 누차 지적된 만큼 새누리당도 안다. 새누리당은 그런 부작용을 알고도 국민에게 정당공천 폐지를 약속한 셈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지키지 못했다"는 최 원내대표의 말과 달리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이 처음부터 지킬 생각이 없었던 약속이었다는 의심을 갖게 한다.
그런 측면에서 "잘못된 약속에 얽매이기보다는 국민에게 겸허히 용서를 구하고 잘못은 바로잡는 것이 더 용기 있고 책임 있는 자세"라는 최 원내대표의 고해(告解)는 참으로 낯 간지럽다. 잘못된 것인 줄 알면서도 국민에게 약속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래서 "더 큰 죄를 짓지 않기 위해" "겸허히 용서를 구하고" "용기 있고 책임 있는" 등의 수사(修辭)는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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