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쓰레기를 주워 삶을 연명한다. 그들은 삶의 거친 굴곡 속에서 밀려나와 쓰레기 매집지로 왔다. 그러나 그들은 자부심이 강하다. 구걸이나 사기, 매춘으로 돈을 버는 방법도 있었지만, 이들은 정직하게 일해서 버는 돈이 떳떳하다고 말한다. 매일같이 수십 대의 덤프트럭에 실려 오는 쓰레기 더미에서 경쟁적으로 재활용품을 찾아서 생계를 유지한다.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힘은 '희망'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열심히 일해서 언젠가는 이곳을 벗어나겠다는 희망, 정직하게 번 돈으로 아이들을 공부시켜 더 나은 직업을 가지게 하겠다는 희망들이다.
영화의 절반 정도를 쓰레기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켜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악취가 스크린을 뚫고 스며 나올 것 같은 분위기이다. 열정적인 남미 여인답게 예쁘게 치장하고 나와 봤자 쓰레기를 담은 덤프트럭 한 대가 지나가면 구정물을 뒤집어쓰게 된다. 영화 보는 동안, 비참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보려고 했다. 더럽고 퀴퀴한 현실의 한탄을 듣는 것도 잠시나 가능하지, 계속되면 영화관에 앉아있는 것조차 힘들어진다. 계속 이럴 거면 영화 보기를 포기하리라.
하지만 내가 그 순간 영화 보기를 포기했다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쓰레기 더미에서 핀 예술품을 보는 감격의 순간을 맛보지 못했을 것이다. 가난한 그들이 뿜어내는 삶의 열정을 느껴보지 못했을 것이다. 단언컨대, 이 영화는 가장 비참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가장 경이로운 예술이다. 예술이 삶과 맞닿아 있을 때, 예술의 소재가 일상에서 나올 때, 그 메시지는 압도적인 힘을 발휘한다. 예술의 치유력은 처참한 나락에서도 솟아오를 가능성을 품게 한다는 희망의 주제가 영화를 타고 넘실댄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외곽에 위치한 '자르딤 그라마초'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쓰레기 매립지가 있다. 이 거대한 쓰레기 더미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을 '카타도르'라고 부른다. 브라질 출신으로 뉴욕에서 활동 중인 세계적인 사진작가 빅 무니즈는 카타도르들이 수거한 쓰레기를 재료로 작품 제작을 기획한다. 그 자신이 빈민가 출신이라 빅 무니즈는 단지 예술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카타도르들이 참여해서 만드는 집단 창작품을 만들고, 이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금을 그들과 나누어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로 결심한다.
빅 무니즈가 2년간 카타도르와 생활하기로 결정하자, 다큐멘터리 감독 루시 워커가 카메라를 들고 그를 뒤따른다. 그리고 이 기획에 '시티 오브 갓'(2002)으로 오스카상 감독상 후보에도 오르며 세계적인 감독으로 발돋움한 브라질 출신 페르난도 메이렐레스가 제작자로 참여한다.
루시 워커의 카메라는 빅 무니즈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서 카타도르들 한 명 한 명의 일상과 고백을 담는다. 이 기획이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카타도르의 일상은 너무도 험하고, 그들에겐 예술놀이를 할 여유라는 게 있질 않다. 더러움과 질병과도 싸우지만, 자르딤 그라마초에는 납치와 범죄의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 카타도르들은 그래도 바구니를 짊어지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
그러나 브라질인 특유의 유머 감각과 낙관주의가 이들 사이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카타도르의 정신적 지주이자 시인인 발테르는 마지막 순간까지 노동하는 삶을 산다. 젊고 카리스마 넘치는 협동조직 리더인 티앙이 있고, 쓰레기 속에서 재료를 모아 요리를 만드는 신의 손 이르마가 있으며, 성매매에 몸담지 않은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는 10대 싱글 맘 수엘렝이 있다. 쓰레기에서 모은 철학책을 열심히 탐독하는 카타도르의 지식인 줌비는 도서관을 열 계획을 세운다. 패션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여인 이지스는 쓰레기 예술 활동 이후 디자이너가 되었다.
2년에 걸쳐 4t의 쓰레기로 완성된 거대한 작품들은 세계적인 히트를 쳤다. 이들의 삶을 인내를 가지고 관찰한 다큐멘터리는 베를린, 선댄스, 암스테르담, 밴쿠버 등 그해 치러진 수많은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석권했다. 나 같은 관객이 세계 도처에 있었다는 사실 확인에 또다시 기쁨으로 충만해졌다.
정민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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