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육아'도 전문화 시대를 맞고 있다.
맞벌이인 자식 탓에 손주를 돌봐야 하는 젊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뒤늦게 육아 공부를 하고 있다. 이들은 "이왕 봐줄 거면 확실하게 봐주자"며 베이비시터, 영어회화, 동화구연 등의 강의를 들으며 전문성을 키워가고 있다.
대구 중구 동아쇼핑 문화센터에서 3, 4월 매주 화요일 오후마다 진행되는 '베이비시터 교육과정'엔 수강생의 절반이 조부모들이다. 애초 이 강좌는 베이비시터 구직 희망자를 위해 마련됐으나 직접 손자, 손녀를 돌보는 데 필요한 지식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대거 참여했다.
한 50대 여성은 "여기서는 목욕법, 육아용품 사용법, 응급상황 대처법 등 아이들 키우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들을 가르쳐 준다"며 "자식들 키울 때 몰랐던 것들을 많이 배운다"고 했다.
유한순 씨는 출산계획을 세운 딸 부부를 위해 미리 베이비시터 공부를 하고 있다. 유 씨는 "딸 부부가 맞벌이인데 남의 손에 손주를 맡기니 내가 돌보겠다고 약속했다. 손주를 제대로 키워보고 싶어 수강 신청을 했다"고 했다.
대구 수성구보건소가 2006년부터 연 '명품 할아버지'할머니 베이비시터 대학'에도 황혼 육아족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매년 신청자가 모집정원을 초과할 만큼 인기가 많다. 수강생의 30% 정도가 예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다. 올해는 40~60세 미만을 대상으로 100명을 모집했는데 300여 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수성구보건소 관계자는 "신청서를 작성할 때 수강 목적을 표시하는 항목이 있는데 '가족 돌봄'을 선택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아이를 돌보는 방법은 물론 영재교육 등의 수업도 포함돼 있어 손주를 똑똑하게 키우길 원하는 조부모들에게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손주의 조기교육을 위해 영어회화, 구연동화 등의 강좌를 듣는 이들도 많다.
네 살 된 손녀를 돌보는 이화순(57'대구 수성구 상동) 씨는 지난해 55세 이상을 위해 마련된 영어회화를 수강했다. 올해는 매주 수요일마다 대구중앙도서관이 마련한 '은빛 동화구연' 강좌에 참여하고 있다. 이 씨는 "손녀에게 영어 동화책이 많아 영어공부를 했고, 올해는 상상력을 키워주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동화구연 수업을 신청했다"고 했다. 이 씨처럼 이 도서관에서 동화구연 수업을 듣는 30명 가운데 상당수는 손주의 독서교육을 위해 참가한 경우다.
대구중앙도서관 관계자는 "만 55세 이상을 위한 영어수업과 동화구연 수업은 도서관의 평생교육센터 강좌 중에서도 모집이 조기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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