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에는 왠지 정겨움이 있다. 옛날, 5일장에서 김이 무럭무럭 나는 가마솥에서 끓고 있는 소고깃국을 보면 침이 꼴깍 넘어갔다. 별다른 반찬이 필요 없었다. 그저 깍두기 몇 점이면 한 그릇 후딱 해치웠다. 허여멀건 소고기 육수에 무와 대파, 고춧가루 등 별 양념이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국밥은 꿀맛이었다. 거기에 탁배기 한 사발과 걸쭉한 이야기라도 걸치면 세상 시름을 잊었다. 그렇게 가마솥국밥은 수백 명의 배를 불렸다. 그게 시골 인심이었다.
◆놋그릇에 담긴 명품 '한우국밥'
대구 수성구 만촌동에 있는 '한골한우가마솥국밥'은 옛날 전통방식으로 국밥을 끓인다.
이주형 대표는 "소고기국밥은 국이 맛있어야 하는데, 맛있는 국물 맛을 내기 위해선 좋은 고기를 써야 한다"고 했다.
사태와 목살, 앞다리, 양지 등 1등급 한우를 사용한다. 국에 들어가는 채소도 무와 대파, 양념뿐이다. 그리고 정성이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들어간다. 특별소스다.
이 대표는 "시원하고 깔끔한 맛을 더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소스"라고 했다. 가마솥에서 끓여낸 후 국은 하루 정도 숙성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하면 진하면서도 담백하고,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납니다."
국과 밥은 놋그릇에 담아낸다. "다 먹을 때까지 식지 않아 국 본연의 맛을 유지합니다. 같은 국이라도 놋그릇에 담아 먹으면 더 맛있다고 하잖아요. 그리고 위생적이기도 하고요." 밥도 미리 해놓지 않는다. 되도록 금방 지어 내놓는다. "나이 드신 분들은 국도 국이지만 밥이 맛있어야 하거든요."
반짝반짝 윤이 나는 놋그릇에 담긴 국밥은 보기만 해도 배가 든든해진다. 먼저 밥을 말기 전 국물만 한술 떠서 입 안에 넣었다. 혀에 매콤한 국물맛이 번짐과 동시에 코에는 꽤 익숙한 소고깃국 향기가 풍긴다. 한우 특유의 고소함이 국물에 제대로 배어 있다. 그저 맵기만 하고 단조로운 맛을 내는 여느 국밥과는 다르다. 파와 무에서 우러난 국물은 달달하고 향긋하다.
이 대표는 "특별한 비법은 없지만 어릴 때 먹었던 그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만촌1동주민자치위원회 김구진 씨는 "나 역시 고기를 취급하지만 이 집은 좋은 고기를 사용한 것 같아요. 맛이 달라요. 국물맛이 깊어요." 이기철 씨는 "국맛이 사장님을 닮았어요. 봉사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베푸는 마음이 소고깃국에 전달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이런 국맛이 계속 이어지길 바랄 뿐입니다."
이석자 씨는 "맛있어요. 어릴 적 엄마가 끓여주던 맛이에요. 옛날 그 맛이 납니다. 집에서 끓이면 이 맛이 안 나거든요. 가마솥에서 끓여서 그런지 깊은맛이 납니다"고 했으며, 김정순 씨 역시 "국이 맛있어 일주일이 멀다 하고 찾아오는데, 집에서 끓이면 이 맛이 안 나요. 이 맛에 또 온다니까요."
황기호 씨는 "시골 잔칫집에서 먹던 그 맛이에요. 푸짐하고 식감도 좋아요. 대파의 단맛이 국에 스며들어 달아요. 저는 김가루를 넣어 먹는데 또 다른 맛이 나요. 자치위 회원들이 이른 아침 거리캠페인을 한 뒤 가끔 들러 국밥을 먹곤 하는데 주문하기 무섭게 나오고 배불리 먹을 수 있어 자주 옵니다. 사장 인상도 좋고요."
금방 삶은 국수를 소고깃국에 말아 먹는 육국수도 맛이 살아 있다. 진한 소고기 국물과 어우러진 육국수는 부드러운 소면과 소고깃국이 만나면서 또 다른 맛을 낸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국수와 큼직한 고깃덩어리를 한입에 넣어 먹는 그 맛은 별미 중 별미.
이도연 씨는 "고향이 영천인데, 잔칫날에 국에 국수를 말아먹었는데 참 맛있었어요. 이 집 육국수가 그 맛이 나요."
반찬으로 나오는 깍두기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 먹기 좋게 잘 익은 깍두기는 국밥'육국수와 환상의 궁합을 이룬다. 깍두기는 큰 통에 담가 숙성시킨 후 손님상에 내고 있다. 황기호 씨는 "이 집 깍두기는 다른 집과는 달라요. 무가 달아요. 양념도 잘 배어 있고 숙성도 잘돼 맛있어요. 씹는 식감도 좋고요."
한우를 곱게 다져 연탄불에 구운 '석쇠불고기'도 맛있다. 갈빗살을 잘게 다져 이 집만의 특수양념으로 재운 다음 연탄불에 구운 석쇠불고기는 부드럽고 씹는 맛이 일품이다. 그냥 먹어도, 쌈으로 싸먹어도, 밥 한술에 올려 먹어도 맛있다. 이석자 씨는 "국도 국이지만 저는 석쇠불고기 맛에 반해 자주 옵니다. 술 한잔 안주로 그만이에요."
인근 동네 어르신이나 홀몸노인을 초청해 경로잔치, 식사대접도 하고 있는 이 대표는 "소고깃국만은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메뉴는 단 세 가지. 국밥 6천원, 육국수 6천원, 석쇠불고기 1만5천원. 포장도 해준다.
▷규모: 200여 석
▷영업시간: 오전 7시~ 오후 10시(연중무휴)
▷주차: 60여 대
▷예약: 053)751-0606.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1329-5
◆'이맛에 단골!' 코너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이뤄집니다. 친목단체, 동창회, 직장, 가족 등 어떤 모임도 좋습니다. 단골집을 추천해주시면 취재진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지면에 소개해 드립니다.
▷문의 매일신문사 특집부 053)251-1582~4, 이메일 weekl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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