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군, 이런 상태로 전쟁 막을 수 있나

파주와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 정찰기를 다룬 군의 태도는 안이하기 짝이 없다. 파주에 무인기가 추락한 후 '대공혐의점이 확인되지 않았다'던 군은 일주일 뒤 백령도에 유사한 무인기가 또 떨어지자 두 무인기가 북한산이라고 태도를 바꿨다. 처음에는 무인기에 찍힌 사진이 해상도가 떨어진다고 둘러대더니 청와대 내 건물들이 비교적 선명하게 찍힌 것으로 밝혀졌다. 군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건을 축소하려 들었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다.

북한이 대통령 집무처인 청와대 상공과 백령도 상공에 무인기 정찰을 시도한 것은 명백한 도발이다. 이들 무인기가 테러 무기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사실을 숨기거나 소홀히 다룰 수 없는 일이다. 이 무인기가 한밤중에 북한이 다량 보유하고 있는 생화학 폭탄이라도 싣고 왔더라면 그 결과는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북한은 천안함 때와 마찬가지로 그들 소행임을 적극적으로 부인했을 것이다.

우리 군은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을 겪었고 2012년 10월 북한군 노크 귀순 사건을 경험했다. 두 사건 모두 초기 대응에 실패, 사건을 막지 못했다. 사건 이후에도 보고 체계 가동과 사건 축소'은폐 여부를 두고 비난에 시달렸다. 수년이 지난 지금 군의 대응능력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이번 무인기 사태를 보며 의심하게 된다.

북한의 도발은 끈질기고 전방위적이다. 동'서 해안을 왔다 갔다 하며 미사일과 포탄을 쏘아대고 있다. 4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탈북자 등으로 위장한 간첩 우회 침투 전략도 여전하다. 사이버 전을 벌이고 무인기 정찰을 하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근 영국의 군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 사의 한 전문가가 우리 군 컨설팅을 한 후 '한국군이 이런 상태로 어떻게 전쟁을 치르려고 하느냐'고 말한 사실이 전해졌다. 물론 우리나라 군수체계의 허술함을 두고 나온 말이었다. 하지만 안보는 여러 요소들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이런 허술함이 우리 군 내부에 속속들이 퍼져 있는 것은 아닌지 다잡아 볼 일이다. 전쟁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막는 것이 먼저다. 안이한 군의 대응능력으로 전쟁을 어찌 막을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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