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되풀이하는 농산물 폭락사태 근본적인 대책은

채소류를 비롯한 농산물 가격 폭락사태가 심상찮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배추와 양파, 감자, 마늘 등 이미 출하되었거나 출하를 앞둔 농산물 시세가 평년보다 절반 이상으로 뚝 떨어지면서 산지와 소비지 가릴 것 없이 갖가지 부작용이 파생되고 있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봄에 농산물 유통구조를 대폭 줄이고, 수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요지의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안을 내놓은 바 있다. 올 들어서만도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를 수차례나 열고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효성은 없어 보인다.

이 때문에 억장이 무너진 농민들이 아예 밭을 갈아엎거나 주산지별로 대책회의를 하고 거리로 나설 준비까지 하고 있다. 가락시장에서는 채소류의 낙찰가가 턱없이 낮게 형성되자 운송비 부담을 무릅쓰고 되가져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양파 주산지인 안동지역에서는 농협과 각 기관단체에서 가격이 폭락한 양파와 감자 등 농산물 팔아주기 운동을 벌이며 시름에 잠긴 농심을 달래고 있다.

전국적으로 가장 심각한 것은 평년 가격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배추값이다. 양배추도 그렇고, 양파'마늘값도 걱정이다. 겨울 배추 저장물량이 많은데다 봄 배추까지 본격 출하되면 하락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고, 양파 역시 재고량이 예년보다 많은데 4월부터 하우스 양파까지 풀리면 하락세를 예측하기조차 어렵다.

이 같은 농산물 값 폭락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복잡한 유통구조와 근시안적인 수급조절 정책에 있다. 전문가들은 유통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해서는 '집단 출하-집단 구매' 형태로 거래 패턴을 바꿀 것을 권한다. 농민은 영농조합 등을 중심으로 한 산지 조직화를 통해 등락이 죽 끓듯 하는 경매시장 시스템에서 벗어나고, 소비지인 동네슈퍼나 음식점도 조합이나 연합체를 구성해서 산지 농산물을 직접 구입함으로써 구매원가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농민들이 땀 흘려 가꾼 농작물을 툭하면 헐값에 내놓아야 하고, 도시 소비자들은 늘 터무니없는 비싼 값에 농산물을 사들일 수밖에 없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방안은 정녕 없는 것인가. 정부는 재고량과 작황을 더 면밀하게 분석해서 유효적절한 수급조절을 정책화해야 한다. 또 언제 불거질지 모르는 농산물 값 폭락과 폭등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근본적인 유통구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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