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에서 표절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유명 작가의 작품이 표절 논란에 휩싸여 전시작이 철거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미술계에서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다른 예술에 비해 표절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특히 표절과 차용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이를 구분하기도 쉽지 않아 전 세계적으로 표절 논란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한 미술평론가는 "표절은 해당 작가가 스스로 인정하기 전까지는 해결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단어와 문장으로 이뤄진 글에 비해 미술은 표절과 창작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진위를 판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표절 논란을 시대 변화에 따른 결과물로 보는 의견도 있다.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포스트모던 시대에는 원작을 모방하고 패러디하는 방법으로 창작이 이뤄지기 때문에 원작과 모작의 경계가 모호하다. 독창성이라는 것 자체가 낭만주의 시대의 유물이기 때문에 이제는 형태나 기법의 유사성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툭하면 불거지는 표절 논란이 이번에는 대구미술관에서 전시를 하고 있는 박정현 작가에게 번졌다. 박 작가는 대구미술관이 유망 젊은 작가를 발굴'육성하기 위해 마련한 'Y artist project' 초대 작가로 선정되어 올 6월 1일까지 전시를 갖고 있다. 표절 시비에 휘말린 작품은 'disturbing'으로 수많은 선(정보)으로 인해 현대인들이 겪는 불편함을 표현한 설치 작품이다.
하지만 최근 이 작품이 손몽주 작가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벽면에 고정시킨 고무밴드를 이용해 공간을 분할한 손 작가의 작품과 박 작가의 작품이 너무 유사하다는 표절 의혹이 제기된 것.
이에 대해 박 작가는 표절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녀는 "손 작가의 작품을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표절 논란이 제기되어 당황스럽다. 여러 번 심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작품 아이디어로 5개를 제출했고 이 가운데 선택된 것이다. 현대 미술에서는 같은 재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고무줄을 이용해 설치 작업을 하다 보면 표현 방법의 한계 때문에 유사성을 띨 수 있다. 하지만 개념적으로 손 작가의 작품과 완전히 다른 것으로 표절이 아니다. 작가 인생이 걸린 만큼 당당하게 대처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구미술관 게시판도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유모 씨는 "고무밴드를 이용해 공간에 선을 연결하는 작품은 손 작가가 해오던 작품이다. 개념이 어떻게 다르든 간에 시각적으로 같은 작가의 작품으로 보여진다. 대구미술관 기획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모 씨는 "선을 가지고 공간을 다루는 작가들은 공간 분할과 표현 방법에 있어서 피할 수 없는 부분을 만나게 된다. 고무줄의 물성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유사한 형태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은 기초적인 부분이다. 손 작가 외에는 알 수 없는 방법의 유사점이 발견되었다면 몰라도 일반인들도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는 기본적인 조형 형태를 가지고 표절 논란을 제기하는 것은 이미 수십 년 전에 있었을 법한 논쟁이다. 현대 미술에서는 개념이 중요하다. 개념적인 작업을 주로 해오고 있는 박 작가와 고무줄이라는 재료로 조형적인 작업을 하고 있는 손 작가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반박했다.
한편 대구미술관은 "Y artist project는 서울을 비롯해 전국 유수기관 및 큐레이터들로부터 작가를 추천받은 뒤 국내외 기획자들로 구성된 심사단의 심사를 거쳐 선정된 작가들의 전시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박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기 전에 모니터링을 한 결과 표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유사성은 현대 미술에서 흔히 발견되는 현상이기 때문에 작품의 개념이 중요하다. 이미지만 갖고 표절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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