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성 정치 입문 확대 전략공천이 능사인가?

추미애 "양보 아닌 인정받게" 권은희"여성추천 6개월 전에" 강은희 "비례대표 실

권은희 국회의원 (대구 북갑)
권은희 국회의원 (대구 북갑)
강은희 국회의원 (비례대표)
강은희 국회의원 (비례대표)
추미애 국회의원(서울 광진을)
추미애 국회의원(서울 광진을)

6'4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7곳을 여성우천추천지역으로 확정했다. 다른 지역도 추가하려다 이미 예비후보로 등록한 남성 후보와 지역 정치권의 반발로 무산됐다. 대신 여성'장애인에 10%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지난 2008년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남녀교호순번제까지 도입되면서 여성의 정치 참여는 본격화했지만, 여성 정치지망생에게 정치는 여전히 오르기 힘든 산이다. 지역 출신 여성 정치인의 말을 들어봤다.

◆여성에겐 더 높은 정치권 문턱

19대 국회 298명 의원 중 여성 국회의원은 46명이다. 여성의 정치 참가율로는 전 세계 86위 수준이다. 이 중 76%(35명)가 초선 의원이다. 초선 남성 국회의원이 44%(111명)인 것과 대조된다. 재선 이상은 비율이 확 떨어진다. 여성 의원 중 재선 의원은 15.2%(7명), 3선은 4.3%(2명)이다. 전체 4선 의원(19명) 중 여성은 추미애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단 한 명이고, 5선 의원(9명) 중에서도 여성은 이미경 새정치연합 국회의원 단 한 명이다. 현재 새누리당은 김을동'김희정 국회의원이 '재선'으로 최고 선수(選數)다.

대구 출신이면서 서울 광진을 지역구에서 4선을 거머쥔 추 의원은 "1996년 광진구에서 처음 출마했을 당시는 여성이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것 자체가 꿈도 꾸지 못할 도전처럼 여겨졌다. 정치풍토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보려고 했지만 힘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특히 세 아이를 키우면서 정치활동을 해 어려움이 컸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조깅을 하다 만난 주민들이 "딸의 롤모델"이라고 할 때 누군가가 꿈을 갖게 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꼈다. 또 남성 중심의 정치 문화에 대한 편견을 깬 것 같아 뿌듯했다"고 했다.

여성'이공계 우대 공천을 받아 당선된 권은희 국회의원(북갑)은 "새누리당이 보수성이 강한데다 정치가 남성 중심으로 이뤄진다. 다른 직장과 마찬가지로 회의나 공식 행사 외에 술자리, 식사를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정치가 더욱 그런데 여기서 여성의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고 털어놨다.

강은희 국회의원은 지역에서 자수성가한 여성기업인으로, 19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한 경우다. 강 의원은 "많은 여성정치인이 여성 배려 혜택을 받아 정치활동을 하는 것으로 안다. 이 경우 정치적 역량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며 "많은 여성 자원에도 불구하고 키울 인물이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들을 전략적'정책적으로 양성'발굴할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밟고 넘을수록 낮아지는 문턱

추 의원은 정계 진입장벽에 맞서는 여성 가운데 인품과 능력을 갖춘 사람에게는 우선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했다. 그는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이면 다른 운전자에게 배려받을 수 있지만, 스티커를 떼고 베스트드라이버가 되려면 노력을 해야 하고, 다른 운전자의 양보를 기대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제도의 도움을 받더라도, 이후엔 주변의 인정을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준비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있을 것이란 말도 남겼다. 추 의원은 "책임감과 자신감, 열정과 헌신으로 지역민과 지지세력의 꾸준한 신뢰를 얻어야 중량감 있는 여성 정치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권 의원은 대구 북구 여성추천지역 선정 문제로 여성 정치 참여를 더 깊게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권 의원은 "저도 혜택을 받았지만, 무조건 내리꽂는 전략공천은 여성 정치 참여를 외연만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우선 기초'광역의원, 단체장, 국회의원 등으로 나설 여성 정치인 후보를 발굴하는 정치교육이 선행돼야 하고, 여성우선추천지역 등 선정은 지역민과 남성 후보를 고려해 최소 6개월 전에 이뤄져야 한다. 특정 지역에만 여성 후보를 계속 내세울 게 아니라 여러 지역을 교대로 선정해야 장기적으로도 여성의 정치경쟁력이 높아진다"고 했다. 그는 "정치를 하고 싶은 여성이라면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네트워크를 계속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강 의원은 여성 정치 참여를 확대할 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직 여성 의원이면서도 여성의 정치 참여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여성우선추천지역이 제도적으로 안착하려면 의무할당 비율을 명시하고 시도당에 준수의무를 줘야 한다. 당선 비율이 더 낮은 점을 고려해 공천 비율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건 왜 여성이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지 국민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고도 했다. 강 의원은 여성이 절반인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대해 실적평가를 통해 재공천을 주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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