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에서 에스더까지(성서 속 그녀들)/유연희 지음/삼인 펴냄
오늘날의 여성과 구약성서 속 여성들의 거리는 멀고도 가깝다. 성서 속 여성의 삶은 모든 면에서 현대 여성의 삶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 동시에 그러한 간격에도 불구하고 성서 속 여성의 삶은 현대 여성, 특히 한국 여성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여전히 한국 사회와 교회 속에 엄존하는 성차별의 현실 때문인지도 모른다. 성서는 가부장적이고 위계적인 문화를 반영한다. 남성이 여성보다 빈번하게 등장하고, 공적인 영역에서 남성들이 더 지도력을 지닌 위치를 점하고 있고, 남성 위주로 내러티브를 전개한다. 그러나 이런 모습 때문에 성서의 여성이 억압되고 종속적이었다고 결론지을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남성에 의해 쓰이고 남성에 의해 해석되어온 성서에 가려져 있던 여성들을 끄집어내 구약성서의 주인공 자리를 내어준다. 최초의 여성이자 인류의 대표였던 이브에서부터, 여러 민족의 어머니 사라, 에돔의 여조상 하갈, 평화의 원칙을 지키고자 목숨을 걸고 나선 아벨 부인, 형제 살해를 막고 가정의 평화를 지킨 어머니 리브가, 지적이고 정확한 정치적 판단으로 왕을 설득해낸 에스더 등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저마다 그 시대 현실 속에서 해낸 공적, 개인적 역할이 있다. 그 해석 안에서 여전히 남성 중심적 문화에 잠겨 있는 여성들이 지녀야 할 리더십을 발견할 수 있다.
또 이 책에서는 성서 연구 분야 가운데서 가장 새로운 해석 방식론 중 하나인 퀴어비평을 만나볼 수 있다. 동성애 시각 또는 퀴어 시각으로 성서를 해석한다는 것은 성서를 되찾아가는 과정이요, 퀴어를 공격하던 무기였던 성서가 퀴어를 위로하고 지지하는 성서로 변신하는 과정임을 드러낸다. 364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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