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누구나 어린애가 된다는 말을 한다.
경험에 비춰 볼 때 확실히 맞는 말이다. 시설에 들어와 계시는 어르신들 대부분은 어린애다. 그것도 스스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가 하면 정신적 가치 판단 능력조차 2, 3세 나이의 유아기 어린이 같은 상태인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돌을 넘기지 않은 것처럼 누워서만 지내야 하는 영아기 정도인 어르신도 계시다. 이 같은 어르신들의 상태를 지켜보던 대부분의 시설 종사자들은 유아기 어린이들을 봐도 귀여운 느낌을 전혀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심지어는 때때로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왜 그럴까?
시설에 입소해 계시는 어르신들을 보다 평안히 모시기 위해서는 시설 종사자들의 이러한 태도를 시정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시설 관련자 간에 서로 관심을 갖고 토론을 해도 바람직한 정답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시설 현장에 항상 답이 있기 마련이다. 시설 종사자들은 어르신들에 대해 '모신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을 뿐 '돌본다'는 판단은 좀 낯설어한다. 이는 당연히 어른에 대한 자세를 어릴 때부터 모셔야 할 대상으로 교육받아온 탓도 있겠지만, 아이와는 달리 기대치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미 선입견이 있기 때문에 연세가 많은 노쇠한 어르신을 보면서도 자꾸 어떤 기대의 여백을 남겨 놓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어르신들에 대해서 '돌보아야 할 대상'으로 설정하고부터는 시설 종사자들 말투부터가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참 잘하셨네요' '너무 귀여우시네요' 등등 우리들이 아이를 키울 때, 넉넉히 입에 담았던 말들을 지속적으로 하는 환경을 만들자 어르신들도 좋아하시고 시설 종사자들도 힘들어 하던 것을 기쁘게 받아들이게 됐다. 아이들이 대소변을 못 가려 기저귀를 차고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을 보면 한없이 귀엽기만 한데, 어르신들이 그럴 때는 왜 낯설어할까? 어르신들의 볼에 자주 입맞춤도 하여 드리고, 포근히 안아 주기도 하면 안 될까? 그 얼굴을 보듬고 어루만지다 보면 우리들도 인생을 좀 더 깊이 있게 돌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 슬하에 있는 자식들의 천진함보다 어르신들의 순수함이 더 빛나 보인다는 것을 깨닫고 받아들일 때,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미 스스로 지탱하기조차 힘든 우리 가정의 어르신들을 어떻게 돌보아야 할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영유아기 자식을 두고 집을 비울 수 있을까?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아이를 귀찮다고 멀리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한 발짝만 물러나서 생각하고 실천할 문제다.
아이와 노인의 문제는 같은 문제라는 생각으로 실천하고 느끼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제완 사회복지법인 연광시니어타운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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