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때밀이 아줌마

갑상선암 환자가 30년간 30배나 증가했다고 말이 많다. 국가암통계의 최근 자료를 보면 2011년 한 해에만 국내 갑상선암 환자가 4만 명 발생했고, 연간 증가율은 23.7%에 달한다.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라는 다소 긴 이름의 단체는 한국에서 갑상선암이 세계 최고로 증가하는 이유가 과잉진단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즉 '안 찾아도 될, 위험하지도 않은 작은 암까지 찾았기 때문'이라는데, 그 원인이 '의학적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과도한 건강검진 갑상선 초음파 검사'라고 지적한다. 여기에 반대하는 다른 의사들은 '위험하지 않은 암은 없다'고 역설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원인에는 또 다른 '원인'이 있다. 갑상선 초음파의 배경에는 유방 초음파가 있다는 얘기다. 지금은 한국 여성암의 독보적 1위를 갑상선암이 차지하고 있지만, 얼마 전만 해도 유방암이 1위였다. 우리나라 여성 유방암 발병률도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최근 15년 새 4배가량 증가했고, 불안을 느낀 많은 여성들이 유방 초음파검사를 받는다. 그런데 많은 검진센터는 갑상선 초음파검사를 무료로 끼워준다. 이때 갑상선의 결절들이 우연히 발견되는데 일단 발견된 것을 두고 조직 검사를 안 할 도리가 없다. 이때 크든 작든 모조리 조직 검사를 하니 그렇게 갑상선암이 많이 나온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갑상선 초음파를 끼워 넣어준다는 유방 초음파 검사는 어떨 때 하게 될까? 요즘은 아무 증상이 없는 사람들이 하는 경우도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대체로는 유방에 무엇인가 만져질 때 하게 된다. 그렇게 자기의 유방을 만져서 검사하는 '자가검진'의 권고 사항을 보면 '비누칠을 한 상태에서 가슴을 만지는 것이 좋다'고 돼 있다.

바로 여기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이 있는데 환자 자신도, 의사도 아닌 흔히 '때밀이 아줌마'로 불리는 목욕관리사다. 윤정한 한국유방암학회장도 "임상에서 때밀이 아줌마의 말을 듣고 검진을 받으러 오는 환자가 의외로 많다. 때밀이 아줌마의 경력이 오래된 경우, 여성의 신체를 마사지하면서 얻은 가슴 검진 노하우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최근 보건복지부 여성 국장이 자신의 4년간에 걸친 유방암 투병기를 책으로 펴냈다. 그 내용 중 늦게 병원을 찾은 것을 후회하는 대목이 있다. "암 진단 몇 달 전 동네 목욕탕에서 때밀이 아줌마가 '오른쪽 가슴에 멍울 같은 게 있다'고 했다. '생리가 시작되려나 보다'라고 무시했다. 두어 달 후 다른 때밀이 아줌마가 같은 말을 했다. 또 무시하고 한 달쯤 뒤에야 병원을 찾았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여성건강을 지키는 사람들이 의료인들만은 아니다.

정호영 경북대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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