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경북도지사? 선입관을 깨뜨려보자

경북도청에 출입한 지 이제 100일이 다돼간다. 도청 정문을 드나들 때마다 과거 대구시청 출입할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대구시청을 드나들 때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시위대를 만났다. 조금 거친 분들이 오시면 출입문도 통제됐다. 하지만 도청은 가물에 콩 나듯 시위가 있긴 하지만 시끌벅적한 집회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런 비유가 있습니다. 대구시장은 대형전통시장 상가번영회 회장님이고, 경북도지사는 여러 말사를 거느린 큰 사찰의 주지 스님이라고요. 수백, 수천 개 점포 상인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고단한 자리라 칭찬보다 비난이 더 많은 위치가 바로 대구시장이다. 하지만 경북도는 대부분 민원이 예하 시군에서 처리되다 보니 지사는 주지 스님처럼 존경의 대상으로만 각인돼 있지요. 더욱이 도지사의 예산'인사권한은 대구시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더 큽니다. 그러니 큰스님에 비유되는 겁니다." 얼마 전 만난 대구시청의 한 고위직 공무원은 두 지자체장의 성격을 이렇게 해석해줬다.

권한이 더 많지만 상대적으로 의무는 적은 경북도지사? 궁금증이 뻗친 기자는 도지사의 권한과 의무의 상관관계를 풀어보기로 했다.

우선 권한이다. 도 본청 및 직속기관'사업소 공무원 1천994명의 인사권이 그의 손안에 있다. 공무원 가족들도 인사에 민감하니 4인 가족으로 따지면 적어도 1만 명 가까운 사람이 도지사를 쳐다보고 산다. 그뿐인가, 전국에서 경기도 다음으로 많다는 경북도 산하 33개 출자'출연'보조기관 직원들이 1천726명에 이르니, 또 1만 명 가까운 산하 기관 직원'가족들이 도지사의 입술을 바라봐야 한다.

경북도지사가 직간접적으로 주무르는 재정 규모도 엄청나다. 도 본청과 23개 시군 예산 규모를 합치면 17조원이 넘는다. 더욱이 경북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교부세를 중앙정부로부터 받아오는데 이 규모가 5조3천억원을 훌쩍 넘는다. 23개 시군으로 내려가는 지방교부세에 대한 집행 권한 상당 부분도 도지사가 관여할 수 있다. 경북도지사는 도 본청뿐만 아니라 예하 시군에 대한 '돈줄'을 쥐고 있는 것이다. 상징적 권위도 상당하다. 경북도는 전 국토 면적의 19.1%를 차지, 전국에서 가장 넓은 광역지방자치단체로 경북도지사는 최대 관리 구역을 가진 도백이다.

권한과 상징적 위상이 역시 대단하다는 결론은 낸 기자는 이번엔 도지사가 해야 할 임무를 생각해봤다.

경북도의 주축 도시지만 세계철강경기 침체로 활력을 잃고 있는 포항에 대한 고민,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산업단지인 구미를 새롭게 바꿔야 할 걱정, 이렇다 할 산업기반이 적은 북부권을 문화벨트로 변신시켜 지역 발전을 꾀하는 방안 마련 등이 도지사의 최우선적 지역발전 임무다. 농가수'농가인구'농업소득 1위인 농도(農道) 경북을 지켜낼 방법도 도지사의 머릿속에 들어 있어야 한다.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한'중 FTA 체결이 현실화되면 경북 농업에는 치명타가 날아들기 때문이다.

코앞에 닥쳐온 경북도청 이전도 매끄럽게 풀어내야 한다. 도민들의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경북도 내의 균형발전을 현실화하는 이전이 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짜내야 한다. 경주 한수원 본사, 한국전력기술 김천 혁신도시 이전 등을 이용해 경상북도가 에너지 산업의 메카가 될 수 있는 길도 찾아내야 한다.

여기까지 써 내려온 기자는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해냈다. 경북도지사가 권한만 많고 의무는 적은 자리인가요? 답은 "아닙니다". 유권자들은 이 답안지를 들고 투표장에 가야 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