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렇게 드라마틱한 인생이 있을까? 네 살 때 앓은 소아마비로 팔과 다리를 쓰지 못하는 2급 중증 장애를 가지고, 동양인 최초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콩쿠르에서 우승한 성악가 테너 최승원(53'예원예술대학교) 교수의 이야기다.
7일 오후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매일 탑리더스 아카데미 초청 강연에서 그는 '시련 극복기'를 들려 줬다. 'Why not(왜 안되는가)?-나의 한계는 내가 정한다'라는 주제 아래 '이야기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됐는데, 그의 풍부한 성량만큼 깊은 울림을 남겼다.
'어린 시절 몸을 뒤집어 보는 게 소원이었다'는 그는 자신의 '불구'에 대한 극심한 열등감에 시달리며, 사람조차 피하는 학창 시절을 보낸다. 우연한 기회에 교회 목사님의 권유로 성악 테스트를 받고 음대 성악과에 진학한다.
악보를 쥘 수 없는 손, 10분 이상 홀로 서 있을 수 없는 앙상한 다리 때문에 동료들 틈에 낄 수 없었다. 친척의 초청으로 이뤄진 미국행 이민은 그에게 탈출구였다.
여기서 그는 운명을 통째로 바꾸게 되는 스승을 만난다. 당시 나이 80대의 거장 메조소프라노 헤르타 글라츠(Herta Glaz). 스승은 오페라는 꿈조차 꿀 수 없었던 그에게 "Why not?"이라며 오페라수업을 시켰고, 사람들 앞에 서면 경직되는 제자를 위해 무대가 익숙하도록 파티장에서 노래하는 아르바이트를 시켜 주는 등 멘토이자 후원자였으며 인생의 지팡이였다. 이후 그는 여러 권위 있는 콩쿠르에서 우승을 하고, 백악관에 초청받아 전 세계 30명의 대통령 부부 앞에서 공연하는 등 성악가로서의 명성을 쌓아갔다.
최 교수가 강연 중에 부른 두 번째 곡 'You raise me up'은 그를 바닥에서 일으켜 세운 가족과 스승에 대한 헌사였다.
"나는 여러분의 건강한 팔다리가 부럽습니다. 나에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나를 등에 업고서 학교에 보내느라 숱하게 넘어졌던 엄마를 한 번이라도 업어 드리는 것입니다."
강연을 맺으며 그가 들려준 노래는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 가사처럼 '모든 것과 정면으로 맞서며,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그의 삶에 대한 응원가였다.
그의 열창이 마무리되자 참석자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그 소리는 감동의 여운처럼 길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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