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교향악단은 도시 브랜드를 높인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물 위의 도시다. 도시 전체가 해수면보다 6m나 낮지만 17세기에 만들어진 운하 덕분에 유람선이 유유히 다닌다. 도시 면적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운하는 자그마치 54㎢에 달해 여의도 면적(2.9㎢)의 18배에 달한다. 80만 인구가 사는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도시로 평가되며 살기 좋은 도시를 꼽을 때 항상 랭크된다.

암스테르담의 또 다른 이미지로는 튤립과 풍차도 있고 고흐와 렘브란트 같은 예술가를 떠올리기도 한다. 고흐미술관이 있는 미술관광장(Museum Plein)에는 국립박물관과 하이네켄 박물관 등이 자리 잡고 있어 관광객이 꼭 들르는 명소가 되고 있다. 이 광장의 한 모서리에서 암스테르담의 또 다른 이미지를 만나게 된다. 바로 음악 연주홀인 콘서트 허바우(Concert Gebouw)가 그것이다.

로열 콘서트 허바우 교향악단(RCO)은 1885년 창립된 암스테르담을 대표하는 보배로운 존재다. 흔히 베를린 필, 빈 필과 함께 세계 3대 오케스트라로 불린다. 2008년 레코드사 그라마폰에서 세계적 음악평론가에게 교향악단의 순위를 매긴 결과, RCO가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RCO는 시민들에게 자긍심을 가져다주는 암스테르담의 상징이 되고 있다.

최근 문화도시 브랜드가 도시의 경제발전에 동력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베를린, 빈, 뉴욕, 런던 등 교향악단이 발달한 곳은 경제적으로 외부경제효과를 가져와 도시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외부경제란 생산자나 소비자의 경제활동이 시장거래에 의하지 않고 제3자의 경제활동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RCO가 암스테르담에 주는 외부경제효과는 음악도시 브랜드로서 관광, 숙박, 외식업뿐만 아니라 수출품에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준다.

이달 11일 대구시립교향악단에 새로운 상임지휘자가 부임하여 첫 연주회를 개최한다. 50년의 역사를 가진 대구시향의 발전과 대구경제의 동반성장을 위해 RCO 사례를 통해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첫째,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오늘날 대중음악의 소비 형태는 방송이나 음반이 아니라 음원으로 넘어가서 그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RCO는 125년의 역사 동안 1천100장의 레코드를 발매했으나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2004년부터 자체 음원을 만들어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공급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연주리허설 때는 무료로 시민에게 개방하여 시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또한 어린이를 중심으로 하는 가족연주회 개최, 대중음악과 함께하는 연주를 통해 시민과 함께하는 교향악단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둘째, 경제사절단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125년의 역사 동안 오직 6명의 지휘자만이 있었던 RCO는 최고의 화음을 낼 수 있게 되었고 '부드러운'(velvety) 음향의 대명사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 암스테르담에는 500대 기업의 본사가 무려 7개가 있는데 기업인들을 초청하는 연주회를 자주 열어 신뢰와 고급스러운 도시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동안 수차례의 해외 연주여행을 통해 암스테르담의 도시 브랜드를 알리고 기업 유치에 공헌하고 있다. 특히 기내에서 열린 연주회는 혁신적인 도시 이미지를 만드는 데 공헌하고 있다.

셋째, 시민들의 메세나(Mecenat) 활동을 늘려야 한다. RCO의 메세나 활동은 196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교향악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특히 1980년대 네덜란드의 경제위기로 말미암아 교향악단의 규모를 줄이는 문제가 나오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아 단원을 줄이지 않은 일은 시민들의 자랑이다. 오늘날 기업의 메세나활동은 연 회비 1천250유로(원화 190만원)의 후원금으로 이루어지는데 수천 명이 기금을 내 연간 70만 명의 청중이 모이는 데 밑거름이 되고 있다.

1988년 창립 100주년을 맞아 베아트릭스 여왕으로부터 왕립(Royal)의 칭호를 받은 RCO는 암스테르담을 가장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창단 50주년을 맞아 대구시향의 새로운 노력은 외부효과를 가져와 대구경제가 대도약(Quantum jump)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김영우 동반성장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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