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의 꽃 한 개가 위태하다
직박구리란 놈이
낭창한 가지 위에 간신히 다리 하나를 걸쳐놓고선
한 입 제대로 문다
저쪽 어느 이도 쳐다보는 것인지
벼랑의 꽃 한 개처럼
나도 새의 붉은 주둥이를 한없이 쳐다보았다
-시집 『고의적 구경』, 천년의 시작, 2009
벼랑의 꽃 한 개와 직박구리와 화자가 팽팽한 긴장관계를 느끼게 한다. 벼랑의 꽃은 감나무 꼭대기에 위태롭게 매달린 홍시일 것이다. 직박구리는 가느다란 감나무 가지에 위태하게 다리를 걸치고 홍시를 물고 간다. 화자는 홍시를 물고 날아가는 직박구리를 한없이 바라보고 있다. 홍시도 직박구리도 화자도 모두 위태롭다.
홍시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먹이의 상징이다. 먹이를 찾고 먹이를 구하는 일은 절실하고 또 위태로운 일이다. 그러므로 먹잇감인 홍시와 이를 먹으려는 직박구리의 관계는 긴장관계일 수밖에 없다. 새의 주둥이를 한없이 바라보는 화자의 태도에서 먹이를 구하는 일의 의미를 느낄 수 있다. 이 시를 쓴 고철은 몸에 밧줄을 달고 높은 건물에 페인트칠을 하는 노동자 시인이다. 먹이를 구하는 일은 위태하기도 하고 엄정하기도 하다. 노동의 가치가 인정받아야 할 이유다.
모든 사람은 나름의 존엄성을 지닌다. 국가는 그 구성원의 생존과 존엄을 지켜줄 의무를 지닌다. 이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다.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일할 능력이 없거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여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려운 이들에게는 더욱 어려운 세상이다. 그런데 이토록 절실하게 일자리를 구하고 또 위태하게 일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어떤 사람의 일당이 5억원이라는 소식은 어떤 의미로 들릴까.
시인 kweon51@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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