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부풀려진 수입가, 한국 소비자 '봉' 전락

한국 소비자는 해외 유명 제조업체나 국내 수입업체'유통업체들이 이용해먹기 좋은 '봉'이었다. 지금까지 해외 브랜드는 같은 제품이라도 자국보다 한국에서 2~3배 비싼 정가를 매겨서 우리나라 소비자들을 우롱했고, 독과점 수입업체들은 제조 원가의 최고 15배까지 부풀린 가격으로 바가지를 씌웠다.

관세청이 9일 공개한 '10개 공산품'가공품 수입 가격'에 따르면 모 프랑스산 립스틱의 경우 수입 가격의 15배나 되는 '가격 폭리'를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체는 개당 1천400원짜리 허접한 립스틱에 '프랑스산'이라는 분칠을 가하여 2만 1천 원에 팔았다. '화장품은 프랑스제'라는 알 수 없는 심리를 이용해서 매긴 '마구잡이 가격'이 한국에서는 통했다.

화장품의 경우 대체적으로 원가가 적게 드는 품목이다. 하지만, 해외 화장품의 최종 소비자가격은 거의 한국 소비자를 우려먹는 수준이다. 이 립스틱뿐 아니다. 대다수 다른 수입 립스틱도 국내 판매가격이 수입(통관)가격의 평균 9.2배였다. 얼마 전 이낙연 의원은 '갈색병'으로 통칭되는 해외 유명 에센스의 통관 가격은 6천 원대이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그에 24배나 되는 15만 원대에 사고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한국 여성들은 자국보다 몇 배 비싼 가격을 매기는 폴로에 대한 직구매를 감행, 결국 폴로가 국내 가격대를 낮추도록 만드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국내 독과점적 수입 유통 구조로 인해 FTA 체결에 따른 가격 인하 효과를 차단하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수입구조 다변화와 병행 수입 품목 확대 방침을 발표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정부가 해외직구 허용과 수입 품목에 대한 면세 범위 확대(200달러)에 못지않게 이런 변화가 몰고 올 부작용까지도 신경써야한다. 수입선 다변화와 해외직구의 활성화는 자칫 소비자들에게 외견상 구별하기 어려운 짝퉁에 속게 할 우려도 키우고 있다. 국내 소비자를 보호하는 길은 적정한 가격선을 유지하도록 하는 조치와 함께, 가짜 상품에 속는 피해까지 막는 것이다. 정부의 정교한 투 트랙 전략 수립,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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