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가족 이야기] 10년간의 기다림

2003년에 결혼한 우리 부부에게는 아직까지 아이가 없습니다. 그동안 네번의 인공수정도, 전국의 유명한 불임전문 한의원들도, 시험관 시술도 우리 부부의 간절한 기다림에 마침표를 찍어주진 못했습니다. 몸을 만들고 정성을 다했는데도 매번 실패할 때면 우리는 마치 바람에 날리는 눈송이처럼 마음을 잡지 못하고 긴 시간 동안 괴로워했습니다.

몇 년 전 아내가 자궁 속의 내막을 제거하는 수술을 마치고 회복실로 옮겨져 벌거벗은 몸에 얇은 담요만 덮고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링거들을 맞으며 마취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던 그때, 가려진 칸막이 사이로 침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들어온 옆 침대에서 부모님들과 남편이 축하한다고, 수고했다고 건강한 아이 출산을 기뻐하는 대화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아직 아무에게 말 못했지만, 그때 절망감, 서러움, 좌절감 그리고 아내에 대한 죄책감이 폭풍처럼 밀려와 마취에서 깨지도 않은 아내를 안고 반드시 임신하게 해주겠다고 펑펑 울었던 속상하고 아픈 기억도 있습니다. 외가 쪽 가족행사에 가면 언제까지 공밥을 먹을 거냐며 아내에게 상처 주기 일쑤였던 일들도 있었습니다. 첫 번째 시험관 시술을 실패하고 집에 돌아와 둘이 껴안고 한참을 서럽게 울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두 번째 시험관 아기 시술 준비를 위해 아내가 많은 배란 약들을 복용하고 자신의 배에 하루 2번의 과배란 주사를 놓는 등 오로지 아이를 갖겠다는 굳은 각오로 시술 날짜에 대비하고 있던 어느 날입니다. 약의 부작용으로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다 급기야 새벽에는 머리가 깨질 것 같다고, 너무 아프다고 울면서 못 견뎌 하면서도 임신을 하기 위해 두통약도 안 먹고, 지금 병원 가도 조치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그렇게 밤새 울면서 버텼던 지독하게 처참했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작년에 두 번째 시험관 시술을 하였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임신이 되었고, 우리 부부는 허둥지둥 병원을 나오고 나서야 지하 주차장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하염없이 긴 시간 동안 울었습니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고, 고맙다고, 축하한다고, 그리고 이제부터가 시작이고 더 중요하니 어렵게 생긴 아기집을 소중히 지키고 키우자고 몇 번이고 약속했습니다. 행여나 어린 생명을 놓칠까 봐 무슨 일이든 조심하고 신중했습니다. 태아의 심장 소리를 듣고 온 날이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습니다. 이제야 여느 평범한 가정의 모습이 갖추어져 가는 것 같습니다.

다른 가족들처럼 우리도 만삭 사진이라는 것을 찍었습니다.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습니다.

4월이 예정달입니다.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해, 그리고 아내를 위해, 부끄럽지 않은 아빠와 남편을 넘어 본받을 수 있는, 배울 점들이 많은 모범적인 아빠, 남편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박진웅(대구 북구 구리로)

※우리가족 이야기, 나의 결혼 이야기, 어머니(아버지), 기행문, 추억의 사진, 독후감, 나의 글솜씨(수필·시·시조·일기 등)를 보내 주세요.선정되신 분께는 소정의 상품을 보내 드립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