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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논쟁] 새 임금 개편안 노사 협상 태풍

"저 임금 또 칼질" 근로자만 손해" vs "기업 정년연장 불가피한 조치"

정부가 근로자들의 정년을 60세까지 연장하는 대신 임금피크제 도입을 포함한 새로운 임금체계 권고안을 발표하자 재계는 환영하는 반면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지난 2월 민노총 대구지역본부의 노동탄압 반대집회 모습. 매일신문 DB
정부가 근로자들의 정년을 60세까지 연장하는 대신 임금피크제 도입을 포함한 새로운 임금체계 권고안을 발표하자 재계는 환영하는 반면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지난 2월 민노총 대구지역본부의 노동탄압 반대집회 모습. 매일신문 DB

정부는 지난달 정년 연장으로 60세까지 근무하는 대신 차별화된 임금을 받는 새로운 임금체계 권고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기업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사실상 권고한 셈이다.

정부가 노동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임금체계 개편안을 내놓은 것은 '통상임금 확대'와 2016년부터 시행될 '60세 정년 연장'에 따른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려는 조치라는 분석이다.

개편안이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임단협에서 기업 측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계의 반발도 만만찮다. 회사 측이 이를 빌미로 노동권을 탄압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노조 측과 경영자 측의 입장을 들어봤다.

◇"저 임금 또 칼질" 근로자만 손해" …박문석 민주노총 대구본부 교섭국장

-정부의 임금체계 개편안을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가 발표한 임금체계 개편안은 기본급 중심으로 임금 항목을 단순화하면서 연공서열을 줄이고 성과와 연동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대해 재계 등은 통상임금의 확대적용이 경영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엄살을 떠는 분위기다.

그러나 노동계 입장에서는 명백히 근로자의 권리를 탄압할 수 있는 빌미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임금체계 개편안은 그동안 받았어야 함에도 받지 못했던 것을 아예 못 받게 막은 것은 물론이고 그마저 받아왔던 임금마저 깎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임금체계 개편안이 도입되면 기업만 좋고 근로자만 손해 보는 것이 아닌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임금은 기본급으로 단순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서든 노동자들의 생활비를 충족시켜야 한다. 여태껏 이러한 임금의 성격을 충족시켜오지 못한 제도적 결함이 있었다. 개편안은 이를 제도적으로 더욱 개악하려는 것이며 근로자의 피와 눈물을 강요하며 기업의 이윤을 높이는 데 악용될 소지가 충분하다고 본다.

-임금체계 개편안이 정착되려면 전제돼야 할 조건이 많아 보인다.

▶개편안이 정착되기를 바라지도 않고 정착되어서도 안 된다. 임금체계 개편안의 정착은 근로자들과 그 가족들에게는 죽음을 강요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임금은 어떠한 경우에도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존과 현대사회의 문화를 충족하고 누리며 살만큼은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게 임금을 보장해 주어도 기업은 근로자들의 잉여노동을 이윤이라는 형태로 가져가게 마련이다.

-호봉급과 성과급의 비율은 어느 정도 적당하다고 보는가. 시행시기를 두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성과급은 노동강도를 강화하여 자본가가 가져갈 잉여노동을 많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노동강도 강화는 이중삼중으로 노동자에게 고통을 줄 수밖에 없다. 결국, 근로자의 육체와 정신을 황폐화시키며 경쟁을 유발시키는 비인간적인 임금체계다. 기업입장에서는 가장 좋아할 임금체계이며 근로자 입장에서는 최악의 임금체계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성과급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가 호봉급과 성과급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에 따른 노사의 충돌이 예상된다.(법으로 규정해야 하나, 아니면 노사간의 합의로 조정해야 하나)

▶원만한 합의가 가장 좋은 해결 방안이다. 그러나 간혹 노사간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충돌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어차피 사측이 강자일 수밖에 없다. 임금뿐 아니라 승진'인사 등 근로자를 강압할 수단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근로자들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으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임금체계 개편안의 저지를 위해 근로자들은 힘을 모으고 투쟁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는 임금체계 수술 요인으로 정부 통상임금 확대와 정년연장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로 설명하고 있다. 다른 대안은 없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임금이 가지는 성격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임금은 근로자들의 생활비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이 대전제다. 많은 근로자들이 생활고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조치와 재계의 엄살은 많은 근로자들에게는 기만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어차피 이번 조치로 기업들이 원하는 것은 이윤을 늘리는 것이고 이를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윤을 근로자들과 함께 나눈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기업 정년연장 불가피한 조치"…대구경영자총협회 정덕화 본부장

-정부의 이번 임금체계 개편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가 제시한 임금체계 개편 방향은 그동안 우리나라 임금체계의 한계로 지적됐던 기본급의 과도한 연공성을 줄이고, 상여금은 본질에 맞게 성과와 연동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를 밝힌 것이다. 최근 법'제도적 환경 변화를 고려할 때 현실적이면서도 유일한 대안이자, 관련 학계의 전반적인 공감대와 다르지 않다. 연공급 임금체계는 저임금 시대에, 기업의 양적 팽창이 지속하던 고도 성장기에, 근속이 곧 개인의 경험치와 숙련도를 나타내 주던 아날로그 기술시대에, 회사에 대한 로열티를 높이고 인재를 확보'유지하는 데에 크게 이바지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변화된 경영환경에서 이를 고집할 수는 없다.

-임금체계 개편안이 도입되면 기업만 좋은 게 아닌가.

▶임금체계 개편 방향을 두고 노사 어느 한 편에 유'불리하다는 식의 논쟁은 임금체계 개편이 곧 임금을 깎기 위한 것이라는 편향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업이 성과 촉진의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그 결과 기업 실적이 향상돼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보상도 확대된다면 노사 모두에게 이익이다. 만약 지금의 연공형 임금체계를 고집한다고 했을 때, 60세 정년제가 시행되고 통상임금 확대로 기업 부담이 계속된다면 결국 중장년 근로자들의 고용 불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젊은이들은 번듯한 일자리 하나 얻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호봉급과 성과급의 비율은 어느 정도가 적당하다고 보는가.

▶호봉급과 성과급의 비중은 개별 회사의 노사가 합의해 정하면 될 문제다. 다만, 통상임금 확대와 정년 연장,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 현안과 우리 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 세대 간 일자리 갈등, 연령과 성별, 심지어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학력 차별에 이르기까지 불필요한 논란들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속인적 요소를 점차 배제하면서 일 중심으로 인사'임금체계를 바꾸어 가야 한다.

-정부가 호봉급'성과급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이후 노사의 충돌이 예상된다. 해법은.

▶노사간에 이견을 좁히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하고,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영향이 심각하다고 판단될 경우 법으로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할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 가령, 정년 연장에 있어 지금과 같이 노동계가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 논의에 미온적인 입장만 취할 경우 기업이 임금체계 개편 의무를 이행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경우에 한해서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예외로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일정 부분 임금이 감액되더라도 정년 연장에 따라 늘어나게 되는 근로생애주기를 고려하면 오히려 임금총액이 높아지는 만큼, 근로자 입장에서는 결코 불이익하지 않다.

-정부는 임금체계 개편을 통상임금 확대와 정년 연장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로 설명하고 있다. 다른 대안은 없나.

▶우리나라 노동시장 유연성은 세계 주요 국가 중 최하위권에 있다. 노동생산성은 낮고, 해고경직성은 상대적으로 높아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에 장애가 된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연공형 임금체계를 유지하고, 해고경직성이 매우 높은 우리나라 기업 입장에서 그나마 고용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은 정년제였디. 그간 인구 고령화의 속도만큼 정년이 확대될 수 없었던 근본적 장애요인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명제가 깨어진 지금에 임금체계 개편은 유일한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임금체계 개편은 우리 경제의 저성장 기조, 치열한 글로벌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사회 전체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개선해 나가기 위한 큰 틀의 하나로 바라봐야 한다.

정리 최창희'최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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