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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의 동양고전] 국가수입 증대 논쟁, 정책 토론의 진수…염철론(鹽鐵論)

사진=지금도 토론문화와 경제논쟁의 진수로 읽히는
사진=지금도 토론문화와 경제논쟁의 진수로 읽히는 '염철론'. 매일신문DB

이 책은 기원전 50년경에 만들어진 경세(정치와 경제)에 관한 토론집이다. 당시 논쟁의 초점이 소금과 철의 전매 제도에 있었으므로 염(소금)과 철(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내용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정치, 경제, 방위, 도덕 등 광범위하다. 또 대화 형식으로 기록돼 있어 '기록문학'의 선구적 작품으로도 평가받는다.

편저자는 환관(桓寬)이다. 기원전 81년 한나라 선제 때 조정에서 '백성의 고통'을 주제로 회의가 열렸다. 민간에서 뽑힌 60여 명의 현량 및 문학과 어사대부 상홍양(桑弘羊) 사이에 논쟁이 벌어졌다. 현량과 문학은 나중에 관리가 되는 후보생들이다.

논의의 초점은 무제 때 시행된 소금, 철, 술의 전매 및 균수법(均輸法'지방 특산물을 세금으로 바쳐 국가재정에 충당하는 제도)과 평준법(平準法'정부에서 물품을 저렴할 때 사서 비쌀 때 내다 파는 제도)에 관한 것이었다. 상홍양이 집행 당사자였으므로 관심이 지대했다. 현량과 문학들은 도덕의 입장에서, 상홍양은 법가사상의 입장에서 격론을 벌였다.

현량과 문학의 신진 학자들이 실력자 상홍양과 대등하게 토론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 배후에 대장군 곽광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나라는 건국 초기부터 북쪽 흉노의 침략을 받았다. 그래서 창업자인 고조 때 흉노와 화친을 맺었다. 공주를 시집보내고 매년 막대한 선물을 보내며 간신히 평화를 유지했다. 이후 문제와 경제를 거쳐 무제에 이르러서는 제국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흉노와 겨뤘다. 여기서 막대한 군비가 필요했다. 이러한 한나라 초기의 시대적 배경이 '염철회의'를 개최하게 만들었다. 그 입안자는 대장군 곽광의 참모였다. 모두 10권, 60편으로 구성됐다. 그 내용을 예로 들어본다.

문학: 국가가 백성과 이익을 다투자 백성들의 소박한 기풍이 사라지고, 농업을 버리고 상업에 종사하려 한다. 소금과 철, 술의 전매를 금지해야 한다.

어사대부: 흉노가 변경을 침략해 방비를 굳건히 해야 한다. 그래서 전매와 균수법을 통해 국가 수입을 증대시켜 방위비에 충당했다.

문학: 공자는 가난을 걱정하지 않고 부의 균배를 걱정했다. 인의와 도덕으로 백성을 교화해야 한다. 어진 왕이 군사비를 걱정해야 하느냐?

어사대부: 변경을 지키는 장병들을 생각해 보라. 전매와 균수법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국가 전략에 대한 배려가 없고, 변경의 상황을 염려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들이다.

가만히 보면 유가와 법가의 이론이 충돌하고 있다. 천하의 '중국' 건설과 이웃과의 평화 유지, 중앙 권력 강화와 재야 지식인'지방 호족의 정치 참여가 대립한다. 이러한 첨예한 갈등을 조정하는 태도가 기록에 잘 나타나 있다.

이동희 계명대 윤리학과 교수 dhl333@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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