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안 다이어리/안나 폴릿콥스카야 지음/조준래 옮김/이후 펴냄
'도둑질하는 판사, 조작된 선거, 국민의 요구를 경멸할 뿐인 대통령으로 이루어진 이 체제는 그 누구도 항의하지 않기에 작동한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내 집이 안전한 곳에 있는 이상, 걱정을 사서 할 필요는 없다. 시민들은 자신의 호주머니가 털리지 않는 이상 꿈쩍하지 않는다. 우리는 철저히 이기적인 모습을 하고 사회주의로부터 빠져나왔다.' -본문 요약-
블라디미르 푸틴(1952년 출생) 러시아 대통령은 1999년 당시 러시아 대통령이던 보리스 옐친에 의해 총리로 지명됐으며 그해 12월 31일 옐친이 사임하면서 대통령직을 대행했다. 이듬해 3월 26일 열린 대선에서 러시아의 2번째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2004년 3월 14일에는 압도적인 표차로 재선됐다. 2008년까지 제2대 대통령직을 수행했으며, 3연임할 수 없다는 러시아 법률에 따라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정권하에서 총리를 역임했고, 2012년 3월 대통령 선거에서 다시 당선됐다.
이 책 '러시안 다이어리'는 2003년 12월의 의회 선거로부터 2005년 8월까지의 기록을 담고 있다. 러시아 언론인 안나 폴릿콥스카야는 그 기간 동안 발생한 두브롭카 극장 인질극, 모스크바 지하철 테러, 베슬란 초등학교 인질극 등을 다큐멘터리식으로 보여주며, 저항할 의지도, 수단도 빼앗긴 러시아 국민들과 사망 직전에 몰린 러시아 민주주의의 현실을 보여 준다. '러시안 다이어리'는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향해 폭주하는 지도자 밑에서 냉소하거나 절망할 뿐인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은이 안나 폴릿콥스카야는 푸틴 정권이 러시아 사회 전반에 몰고 온 거대한 반민주주의의 물결과 그 결과를 소상히 전한다. 2003년 12월과 2004년 3월에 있었던 러시아의 총선과 대선은 민주야권을 무력화시키면서 푸틴과 그의 '통합 러시아'당에 압승을 안겼다. 대대적인 선거부정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반기를 들어야 할 야당은 사분오열하며 자멸했고, 자생력을 상실한 인권단체들은 빠르게 푸틴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는 푸틴 정권은 위헌적 조치를 남발하며 독재 체제를 굳혀 나갔다.
체첸과 다케스탄, 인구셰티아 등의 자치공화국들에서는 러시아 보안기관과 친푸틴계 정권에 의한 고문과 납치가 횡행했다. 푸틴은 또 '나시'를 비롯한 극단적 민족주의 친위 세력을 만들어 러시아 내 반테러 정서를 고조시키고 민주주의 인권 운동가들에 무차별 공격을 퍼부으면서 정적을 제거해 나갔다.
지은이는 '푸틴 집권 이후 발생한 일련의 테러 사건의 진상을 추적, 테러를 조장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테러 집단이 아니라 정부 당국'이라고 주장한다. 또 '그런 정권을 묵인하고 침묵으로 동조하는 시민들 역시 테러의 공모자'라고 말한다.
지은이 안나 폴릿콥스카야(1958∼2006)는 2000년 초 러시아 푸틴 정권이 언론통제를 강화했을 때, 인권보호를 위해 용감하게 활동했던 기자 중 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칼럼을 통해 정부의 인권남용과 2차 체첸 전쟁 동안 시민들에게 가해진 폭력에 주의를 환기시켰다. 한편으로는 점점 더 수동적으로 변해가는 대중들을 향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것을 요구했다. 정권에 대한 날 선 비판은 그녀의 생명을 위협했고, 2006년 10월 암살범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그녀를 살해한 암살범과 그 배후는 밝혀지지 않았다.
478쪽, 2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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