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골목길

여행 블로거들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목길을 가진 도시로 스페인 톨레도, 캐나다 퀘벡시티, 체코 체스키크롬로프를 선정한 적이 있다. 톨레도는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70㎞가량 떨어진 세월의 향기를 묵직하게 품은 색감 있는 도시이다.

톨레도의 좁은 골목길은 더러는 덧칠을 하고 새로 매만진 흔적도 남아 있지만 고풍스러운 건물의 벽면 사이로 스페인 사람들의 농익은 체취가 흠뻑 배어 있다. 정감있는 상점과 레스토랑이 운치를 더하는 황갈색 골목길에는 오랜 시간의 흔적이 남아있다.

'캐나다 속의 프랑스'로 불리는 퀘벡시티는 유럽풍의 취향과 정서를 흠뻑 머금은 도시이다. 그곳 프티샹플랭 거리는 음악과 그림이 있는 아름다운 예술의 골목길로 아기자기한 토산품 가게와 각양각색의 상점 테라스가 한 폭의 그림 같은 감성적인 골목이다.

체코의 체스키크롬로프는 동화 같은 골목길을 가진 도시이다. 중세 도시처럼 좁고 구불구불한 돌길이 적갈색 지붕 아래로 미로처럼 얽혀 있는데, 수공예품을 파는 상점과 카페가 정겹다.

중국 베이징의 골목길인 후퉁(胡同)은 서울의 북촌처럼 고관대작과 왕족들이 살며 오가던 길이기도 하고, 서민들의 삶과 애환이 묻어 있는 골목길이기도 하다. 이곳을 찬찬히 살펴보면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중국인의 속살을 조금은 엿볼 수 있다. 여행객들은 그래서 후퉁을 찾는다.

대구 골목투어가 국내외 관광객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동성로 지하상가에 조성된 뮤지컬 광장은 사진촬영의 명소가 되었고, 방천시장 골목길에 조성한 가수 김광석 테마거리는 주말에 수백 명의 인파를 모은다. 계산성당 맞은편 청라언덕에 세운 '동무 생각' 노래비도 그렇고, 화가 이인성의 생가 복원 및 기념관 건립 추진으로 민족시인 이상화 고택과 연계한 또 다른 대구 근대골목 투어코스가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일제강점기에서 6'25전쟁이 끝날 무렵까지 대구의 최고 번화가였던 향촌동에 대구문학관과 향촌동문화재현관이 들어선다. 피란 문단이 형성되면서 1950년대를 풍미했던 문인 묵객들이 드나들던 술집과 다방 그리고 그들이 뿌려놓은 낭만과 일화 또한 골목투어로 고스란히 되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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