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국어 공부 잘하는 법

학생들하고 상담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것 중 하나가 "국어 공부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어요?"라는 질문이다. 수학처럼 시작과 끝이 분명하게 있는 것도 아니고, 영어처럼 어려서부터 공부를 해 온 것도 아니라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고등학교에 와서 공부는 하는데 딱히 성적은 오르지 않아서 답답해하는 데다 '책 많이 읽고 교과서에 충실하라'는 뻔한 이야기를 하면 더 짜증을 낸다. 그런 대답은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에게는 맞는 말일 수 있어도 고등학생에게 맞는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수능에서 국어 1등급을 받은 학생들의 사례들을 분석해 보면 국어 공부를 잘하는 것은 좋은 야구 심판이 되는 과정에 비유될 수 있다. 좋은 심판이 되려면 제일 먼저 규칙을 철저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하듯, 시험에 자주 나오는 '관용적 표현' '객관적 관점' 등과 같은 개념어나 문법 규칙을 실제 사례와 함께 알고 있어야 한다. 교과서나 기본서를 보면서 개념들을 잘 아는 것이 국어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야구 심판이 되기 위해서는 규칙을 잘 안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실전을 겪으면서 투수가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판정하는 일정한 기준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실제 경기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경험이 쌓이면 여유 있게 대처할 수 있다. 국어 공부도 마찬가지다. 글에 나오는 내용이 '객관적 관점'이라는 개념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많은 문제를 풀어보면서 익히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많은 문제를 풀다 보면 어떤 글이나 문제가 나와도 여유 있게 대응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야구 심판이 되기 위해서는 빨리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느린 화면을 꼼꼼히 볼 수 있다면 누구나 좋은 심판이 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마찬가지로 학생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면 거의 모두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맞는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주어진 시간은 80분밖에 없다. (어릴 적에 독서를 많이 한 학생이 글을 빨리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실전을 치러본 심판은 투수가 던진 공의 출발 궤적만 보고도 결과를 예측할 수 있듯, 많은 문제를 풀어 본 학생들은 어느 지점을 넘어서면 글의 패턴과 주제를 예측하면서 빨리 읽을 수 있게 된다.

결국 기출문제를 많이 풀어 보라는 이야기로 요약될 수도 있지만, 왜 기출문제를 많이 풀어야 하는가를 이해하는 것과 그냥 푸는 것은 차이가 있다. 타격의 달인이라 불렸던 장효조 선수는 힘들 때마다 "노력이 고민을 해결한다"는 말을 생각했다고 한다. 학생들도 고민하지 말고 이 말을 먼저 생각했으면 한다.

능인고교사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