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 엄마 외칠때 아무도 오지 않았다

개인주의 익숙한 젊은 세대 양육 책임감 없는 부모 늘어, 사회서 부모 역할 가르쳐야

칠곡'울산 아동학대 사건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친아버지가 인터넷 게임에 빠져 생후 28개월 된 아들을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본지 14일 자 6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부모로서 최소한의 역할마저 내팽개친 철없는 부모 때문에 사랑을 받아야 할 아이들이 고통받는 현실과 관련, 전문가들은 "올바른 부모관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모가 되다 보니 아이에게 보내는 관심이 쉬 끊기고, 또래와의 놀이와 겉치레에 열중해 아이를 나 몰라라 하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며 "사회와 가정이 (젊은 부모에게) 부모로서의 역할과 책임감을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 이 같은 생명경시 풍조를 양산한 원인이며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더 큰 사회적 문제가 야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고생 A양은 1년 전 동갑내기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가졌다. 그러나 남자친구는 임신 소식을 듣고는 연락을 끊었다. A양은 부모의 도움으로 아이를 낳았지만 부모의 잔소리는 갈수록 심해졌다. A양은 아이가 100일도 되기 전에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가 전국의 PC방을 전전했다. A양의 행적을 수상히 여긴 한 시민의 신고로 가족에게 돌아간 A양은 이후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면서 부모 되는 법을 배워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갑갑한 시설생활이 싫다며 나가버렸다.

#가출해서 만나 덜컥 아이를 갖게 된 고교생 남녀는 아이를 잘 키우겠다고 다짐하며 혼인신고를 약속하는 등 육아에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출산 후 닥친 육아 스트레스와 생활고로 다투는 날이 많아졌다. 아이 아빠는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었으나 주로 PC방에 머물며 시간을 보냈고 또래 다른 여자와의 만남도 즐겼다. 생활고에 지친 아이 엄마는 점차 육아에 흥미를 잃어갔고 아이를 홀로 둔 채 외출하는 일이 잦았다. 부모의 관심에서 멀어진 아이는 제대로 먹지도 못했고, 쓰레기로 뒤덮인 환경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다 이웃의 신고로 아동보호시설로 보내졌다.

양육에 준비가 안 된 상태서 부모가 저지를 수 있는 아동 방치 사례다. 정성원 계명대 동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부모의 양육법 선례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란 성인이 부모가 된다면 그들도 자신의 자녀를 올바르게 키울 수 없다"며 "개인주의적 삶과 경쟁사회에 익숙하다 보면 자녀에게 자신의 꿈을 무리하게 투영하거나, 반대로 자녀보다도 자신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등의 병폐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의 아동 학대'방치 사건은 한 개인의 그릇된 행동에만 책임을 지울 게 아니라 사회 차원에서 다뤄야 할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이 많다. 가족 구성과 사회 가치관의 급속한 변화가 잘못된 양육 방식을 유발, 이 같은 사회적 문젯거리를 낳는 만큼 사회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구의 한 사회복지법인 관계자는 "미성년 부모 가족과 한 부모 가족 등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가 따라주지 않는다면 매를 맞거나 내버려지는 아동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미혼모로 낙인찍을 것이 아니라 사회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 교수는 "인격과 신체기관이 형성되는 6세까지는 부모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데 이 시기에 바른 양육을 받지 못한 아이는 성인이 돼서도 인간관계에 문제를 보이는 경향이 많다"며 "잘못된 양육법이 대물림되면 더 크고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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