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PC방 가려는데 잠 안 자…" 아빠가 입·코 막아 죽였다

'2세 아들 사망' 인면수심, 거짓말 추궁에 범행 자백

두 살배기 아들을 방치해 숨지게 한 것으로 알려진 아버지 A(22) 씨가 아들을 직접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임을 하러 외출하는데 잠을 자지 않고 보챘다는 것이 살해의 이유였다. A씨는 죽인 아들을 잃어버렸다고 거짓 신고를 했고, 경찰조사에서도 거짓말로 일관하는 등 반성은커녕 자신의 범죄를 숨기기에 급급했다.

15일 대구 동부경찰서는 A씨가 지난달 7일 오후 11시쯤 경북 구미 인의동 자신의 집에서 아들의 입과 코를 막아 숨지게 했다고 밝혔다. 이는 7일 동안 외출했다가 집에 와보니 아들이 죽어 있었다는 기존의 진술을 뒤엎는 내용이다. 경찰은 14일 나온 부검결과를 바탕으로 A씨를 집중적으로 추궁했고, 이 같은 진술을 받아냈다.

경찰은 숨진 아들의 위에서 50㏄가량의 미역과 김, 고추 등 음식물이 나오자, 며칠 동안 음식물을 주지 않고 내버려뒀다는 A씨의 진술에 의심을 품었다. "위에서 음식물이 나왔는데 아이를 굶겼다는 게 말이 안 된다"라는 경찰의 추궁에 A씨는 자신이 죽인 사실을 털어놨다.

A씨의 말 바꾸기는 사건 초기부터 줄곧 이어졌다. 이달 12일 아이 엄마가 아이를 찾자 대구 남구 대명동에 사는 지인에게 맡겼다고 둘러댔다. 이것이 거짓말로 들통 나자 도시철도 동대구역 3번 출구에서 노숙하다 잃어버렸다고 얼버무렸다. 이 역시 경찰이 폐쇄회로TV를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자 구미대교에서 아들과 같이 강으로 뛰어내려 자신만 헤엄쳐 나왔다고 또 다른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A씨가 아들을 직접 죽인 이유는 더 황당했다. 게임을 하러 PC방에 가야 하는데 잠을 자지 않고 칭얼댔다는 것이다. 심지어 아들의 가슴을 손으로 여러 차례 폭행하기도 했다. 아들을 죽인 뒤에도 아무런 조치 없이 24일 동안 집안에 방치했고, 본인은 찜질방과 여관 등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시신을 담요에 싸서 발코니로 옮긴 것도 단지 악취가 난다는 이유에서였다.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A씨는 실종 신고 때부터 계속 말 바꾸기로 연연하다 궁지에 몰리자 본인이 죽인 사실을 털어놓았다"며 "시신도 방치하다가 내다버리는 등 자신의 범행에 대해 가책이 없어 보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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