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의 구조인력이 투입되는 등 대대적 구조작업에도 승객들이 제때 탈출하지 못한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승객과 선원 등 전체 승선원 475명 중 실종자는 17일 오전 10시 현재 288명이다.
심야시간대나 새벽시간대라면 승객 대부분이 잠들어 선박에 갇힌 채 미처 대피가 어려웠을 수 있지만 이번 경우는 오전시간대였기 때문에 사정이 다르다.
침수 신고가 해양경찰에 최초 접수된 시각은 16일 오전 8시 58분. 승객들이 침수 사실을 알고 여객선 내 구명조끼를 찾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면 해양경찰에 구조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이 탈출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긴박했던 것으로 보인다. 해경에 따르면 사고 접수 30분 뒤인 오전 9시 30분 세월호는 이미 왼쪽으로 60도 기울어진 상태였다. 이 정도 기울기라면 갑판에 나와 있던 승객이나 선실 안에 있던 승객 모두 몸의 중심을 잡기 어려울 정도라고 해경은 전했다.
총 921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객실 등 선박 내부 구조가 복잡해 배가 이미 기울어진 상태였다면 대피로를 따라 대피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여객선업계 종사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선박의 폭이 22m에 이르는 배가 왼쪽으로 기울어진 상태라면 배의 왼쪽 창측을 딛고 대피로를 찾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지속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선실에서 움직이지 말고 기다리라'고 한 선내 방송이 승객들의 발목을 잡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여객선 침몰이 임박했으니 탑승객은 바다로 뛰어내리는 상황에 대비하라"는 선내 방송이 나온 것은 첫 침수 시점부터 1시간여가 지난 오전 10시 15분이었다. 생존자가 사고 당시 배 내부를 촬영한 동영상에는 60도가량 기운 선체의 모습과 갑판 난간에 위태롭게 매달린 승객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승객들이 불안에 떨며 구조를 기다리는 상황에서도 선내방송은 계속해서 "객실이 더 안전하니 안으로 들어가서 대기하라"는 말이 되풀이된다. 동영상 속 한 시민은 선체가 다시 한 번 기울자 "학생들이 객실에 있는데 어떡
해…"라며 울먹이는 장면도 담겨 있다. 이때 선체는 성인 남성조차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기운 상태였다. 생존자 박모(16) 양은 "배가 많이 기울었을 때도 계속해서 객실에 있으라는 방송이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다른 생존자 정모(42)씨는 "많은 사람이 복도에 나와 있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객실로 돌아가라는 방송이 나왔다. 만약 좀 더 빨리 객실에서 나오라는 방송이 있었으면 더 많은 사람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고 안타까워했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취재단=광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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