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 산수유가 노랗게 핀 공원길에서

강경순(대구 북구 팔거천동로)

오늘 오후에 아파트 공원길을 잠시 걸었다.

벌써 산수유가 노랗게 피었다.

매화도 꽃망울을 맺고 있다.

자세히 보니 산수유꽃은 다른 꽃과는 모양이

확연하게 다르게 생겼다.

꽃망울 안에 자루처럼 생긴 작은 꽃알갱이들이

빼곡히 들어있다.

입안에 산수유 열매 하나 깨물고 새큼함이 너무 강해서 황급히 뱉어 버렸던 지난가을의 기억이 아직도 선연한데

어느새 절기가 또 바뀌어 산수유 꽃이 피어 있다.

노란 돕바를 입은 예닐곱 살 돼 보이는 꼬맹이 여자아이와 젊은 엄마가 다정하게 손을 잡고 산수유 나무 옆을 걸어가고 있다.

미동도 없던 나뭇가지들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이제 기지개를 켜며 꿈틀거리고 있다.

봄나무들은 꽃망울로 혹은 새순으로 각기 다른 형태로

용틀임하며 새로운 생명력을 발산하고 있다.

나도 모르게 예전에 즐겨 불렀던 봄노래가 입가에 흥얼거려진다.

"버들강아지 눈뜨고 봄아가씨 오시네."

"연지 찍고 곤지 찍고 꽃가마 타고 오시네."

이젠 봄아가씨도 아니고 아줌마인데

나이 들수록 왜 봄꽃이 더 예뻐 보이고

반가운지 모르겠다.

누가 봄은 산수유가 피기 시작할 때부터라고 했던가~

꽃샘추위로 아직은 바람이 차갑지만

정녕 우리가 그렇게 기다렸던 봄봄봄 이제 바야흐로

봄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