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처럼 푸른 창공을 자유롭게 날고 싶다는 인간의 꿈을 현실로 만든 패러글라이더. 이런 최첨단 항공산업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우리 업체가 있다. 바로 진(珍'GIN) 글라이더다. 패러글라이더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점하고 있는 진 글라이더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세계 속의 한국산 명품 브랜드다. 전 세계 창공을 누비는 패러글라이더는 줄잡아 300만 대. 이 가운데 무려 3분의 1이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한다.
진 글라이더의 송진석 대표는 우리나라 패러글라이더 역사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다. 그야말로 늘 하늘을 마주하고 바람을 맞아가며 새로운 세계를 개척해 낸 '바람의 아들'이다. 그가 처음 하늘을 누비기 시작한 것은 조선공학을 전공하던 대학생 시절인 1970년대 후반. 당시 세계 항공 스포츠계에는 쏘아링 글라이더를 기반으로 새롭게 발명된 행글라이더가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하던 시기였고, 우리나라 대학생들 역시 어설프게나마 행글라이더를 자작해 비행을 시도하던 시절이었다.
이후 행글라이딩 기술의 선진국이던 독일로 유학을 떠났던 송 대표는 유럽에서 패러글라이더를 접하게 된다. 그리고 유학생활을 마친 후 귀국해서는 행글라이더가 아닌 패러글라이더 제작에 뛰어든다. 그러나 얼마 못 가 그가 몸담았던 국내 제작사가 1997년 외환위기로 부도를 맞고 개발팀이 해체되는 위기를 맞게 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던가. 송 대표가 디자인한 글라이더의 명성을 들은 일본에서 경기용 패러글라이더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글라이더를 포기할 마음까지 먹었던 송 대표는 당시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던 '성도 어패럴' 대표 최형로 회장의 도움을 얻어 용인연수원 건물 일부를 빌려 그의 이름을 딴 진 글라이더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제작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만들어 낸 것이 지금도 여전히 버전을 업그레이드하며 세계 최고의 경기용 글라이더로 각광받고 있는 '부메랑' 시리즈다.
일본 팀이 부메랑을 타고 패러글라이딩 월드컵 대회에서 우승을 하게 되면서 진 글라이더는 단숨에 전 세계 패러 시장에 이름을 알렸고, 이후로도 월드컵을 연이어 석권하며 세계 패러글라이더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진 글라이더의 주력품은 '볼레로'라는 이름의 초급 기체다. 전문가용을 사용하는 패러 인구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송 대표는 부메랑을 통해 확보된 유명세를 기반으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초보자용 글라이더 개발에 주력했고, 이 전략이 주효했던 것이다. 패러글라이딩을 막 시작하는 초보자는 제일 먼저 날개 '볼레로'를 장만해야 한다.
송진석 대표는 국내보다는 세계에서 더 대접받고 있는 인물이다. 전 세계 파일럿들은 그가 디자인한 패러글라이더를 가지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경쟁력 있는 기업을 키워낸 송 대표이지만, 그는 여전히 하늘을 난다. 진 글라이더가 자리 잡고 있는 용인 정광산을 비롯해 전국 곳곳의 활공장에서 그를 만날 수 있다. 테스트 파일럿들과 함께 신제품 테스트 비행에 동행해 각종 조언을 아끼지 않고, 직접 비행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는 제품 디자인부터 테스트 비행까지 직접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비록 사고를 당해 한쪽 다리가 불편한 그이지만 여전히 송 대표는 하늘을 누비며 보다 안전하고 보다 멀리, 보다 높이 날 수 있는 최고의 장비를 만들어내기 위해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조영근(빅버드패러글라이딩 스쿨장·www.bigbirdpar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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