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란 놈은 이름이 참 많다. 갓 잡아 올린 것은 생태, 그것을 얼린 것은 동태, 꾸덕꾸덕 반쯤 말린 것은 코다리이다. 명태를 바싹 말리면 북어가 되고 4, 5개월 정도 겨울 눈바람 맞으며 얼다 녹다를 반복하며 말리면 황태가 된다. 명태 새끼를 바싹 말린 것은 노가리라고 한다. 말이 많거나 거짓말을 늘어놓는 경우에 '노가리 깐다'고 하는데, 이는 한꺼번에 많은 알을 낳는 명태를 빗댄 말이다. 이름이 많다는 건 그만큼 먹는 방식도 많고 맛도 특별하다는 뜻이다. 최근 고단백 저칼로리 생선인 명태가 웰빙음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담백하고 매콤한 '명태찜'
예전손국수에서는 코다리로 명태찜을 한다. 코다리는 생태의 배를 가르고 내장과 아가미를 제거한 뒤 코를 꿰어 꾸덕꾸덕하게 반쯤 말린 것. 완전 건조시킨 노가리나 북어보다는 촉촉하고 부드러우며, 생태보다는 쫄깃한 맛이 더 난다.
민영미 사장은 "명태는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이지만 열을 가하면 살이 쉽게 풀어져요. 이 같은 명태의 장점을 보다 더 압축해 지니고 있는 것이 바로 코다리"라며 "명태찜은 식감도 뛰어나 남녀노소, 세대 차이 없이 즐겨 먹는 웰빙음식"이라고 했다.
코다리는 물론 찹쌀과 참깨, 들깨, 고추, 마늘 등 식재료는 최고 좋은 것을 사용한다. 찹쌀은 달성 유가농협에서 가져다 쓰고 참기름은 방앗간에서 직접 짜 사용한다. 마늘 역시 사용하기 쉬운 깐마늘 대신 직접 까서 쓴다.
민 사장은 "다소 비싸고 손이 많이 가더라도 좋은 재료와 정성을 다하면 손님이 더 잘 안다"고 했다.
이 집의 주 메뉴는 명태찜과 찹쌀수제비다. 코다리 수십 마리를 솥에 넣고 찐다. 찔 때 나온 육수를 졸이다가 걸쭉해지면 청양고추와 마늘, 고춧가루, 그리고 이 집만의 소스를 넣고 계속 졸이면 양념 만들기는 끝이다. 그 양념을 쩌낸 코다리에 끼얹으면 음식이 완성된다. 코다리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게 기술이다.
한 입 먹어보니 쫀득쫀득한 코다리살의 담백한 맛이 혀끝을 감친다. 비리지도 않다. 조미료로 맛을 낸 여느 명태찜과는 다르다. 매운 청양고추를 넣었으나 그다지 맵지 않다. 매콤한 양념이 코다리 속살에 스며들어 쫄깃하고 부드럽다.
남산인쇄정보협의회 황배곤 사무국장은 "여느 코다리찜과는 다르다. 약간 매운 듯한 맛이 입에 착 감기는 게 일품"이라고 했으며, 김세현 씨는 "음식이 주인을 닮았는지 깔끔하다. 명태 특유의 비린내도 안 나고 담백하면서도 코다리살에 양념이 잘 배 밥이 술술 잘 넘어간다"고 했다.
박도규 씨는 "한옥을 개조한 음식점이라 우선 편안하고, 명태찜도 맛있다"고 했다.
이재화 씨는 자신이 최고 단골이라며 목청을 높인다. "손님 가운데 여자들이 많다. 연령대도 다양하고. 여자 손님들이 많이 찾는 음식점은 대체로 맛있는 편"이라며 "하루가 멀다 하고 들르는데, 자주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 씨는 또 "밑반찬도 미리 만들어 놓거나 남긴 음식을 가져오는 것 같지는 않다. 다 신선하고 맛있으며 음식값도 저렴하다"고 덧붙였다.
권오일 씨는 "다른 집 명태찜은 이 집처럼 입에 착 감길 정도로 맛있지 않다. 담백하기도 하고 코다리 본연의 맛을 살린 것 같아 즐겨 먹는다"고 했다.
◆구수한 찹쌀수제비와 영양국수
찹쌀 새알과 들깨, 미역 등을 넣고 끓인 찹살수제비도 맛있다. 찹쌀을 직접 빻아 사용한다. 민 사장은 "입자가 다소 거칠지만 잘 퍼지지 않아요. 새알이 쫀득쫀득한 게 손님들이 '인절미' 같다고 해요"라며 자랑했다. 수제비 국물에 멸치는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다시마와 무, 곡물 등을 사용해 맛국물을 만든다. 미역은 동해안 자연산 미역을 사용한다. "향과 질이 달라요. 수제비와 궁합이 잘 맞아요."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먹으니 진하디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입속에 넣을 때마다 구수함이 그만이라 담백한 크림을 먹는 기분까지 든다. 미역도 들깨국물과 궁합이 척 맞는다. 자꾸 먹어도 느끼한 맛이 전혀 없어 순식간에 국물까지 싹싹 비우게 된다.
김세현 씨는 "찹쌀 새알은 쫀득쫀득하고 국물은 구수하니 어머니 손맛이 생각난다. 미역 또한 시원한 맛을 더하는 것 같아 자주 먹으러 온다"고 했다.
권오일 씨는 "몸에 좋은 찹쌀과 들깨, 그리고 미역까지 들어간 찹쌀수제비는 국물 또한 걸쭉할 정도로 진해 한 그릇 먹고 나면 하루가 든든하다.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고 했다. 쪽파와 해물이 듬뿍 들어간 파전과 수육도 술안주로 찾는 손님이 많다.
민 사장은 "좋은 재료로 최고의 음식을 만들고 싶다"며 "손님이 제가 만든 음식을 먹고 ' 잘 먹었다'고 하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명태찜(2인분) 1만4천원, 찹쌀수제비 7천원, 영양국수 5천원, 냉콩국수 6천원, 해물파전 6천원, 수육(대) 2만원.
▷규모: 120여 석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일요일, 추석'설 명절 휴무)
▷예약: 053)253-6656, 대구시 중구 달구벌대로 414길 23(남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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