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저는 혼자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외롭게 살아왔습니다. 여자의 몸으로 거친 풍파를 겪을 때마다 안 먹고 안 입고 모은 돈으로 아이들만 잘 키워 놓으면 걔들이 보험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하며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으며 살았지요. 덕분에 아이들은 제 고생을 늘 안타깝고 애틋하게 여겨 속 한 번 끓이지 않고 잘 자라 주었습니다. 이젠 번듯한 직장도 얻었고 출가도 했지요. 그러나 아들이 장가를 간 후, 내왕도 뜸해지고 전에는 모든 일을 저와 의논했는데 이젠 제 아내와 의논하고 매사에 제 아내 편만 듭니다. 저는 아들의 변화에 충격을 받아 서운하고 괘씸해서 잠이 오질 않습니다. 오직 제 아내만 보이는 듯 도무지 고생하며 키워준 어머니에게 무심해져 가는 아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솔루션]긴 세월 어머니로서 아들을 반듯하게 양육하여 출가까지 시키셨다니 참으로 크나큰 일을 하신 것 같습니다. 또 아들도 어머니의 외롭고 힘든 결혼생활을 익히 알고 있기에 말썽 한 번 부리지 않고 곱게 자라주었고 기특하게도 자기 갈 길을 잘 개척해 보금자리까지 만들었다니 참으로 반가운 모습이 아닐 수 없군요. 귀하 자녀들의 사연을 듣노라면 마치 겨우내 움츠리고 있느라 그 모습을 알 수 없었던 매화나무 가지에 영롱하고도 고운 꽃송이들이 아롱다롱 매달리는 영상이 스쳐갑니다. 그러나 자녀분들에 대한 저의 이런 시각과는 달리 지금 어머니의 마음은 기대했던 자식들의 행동에 다소 실망하고 서운한 마음을 더 크게 느껴 속상해하고 불안해 보입니다.
지금 아들을 놓고 그를 바라보는 생각의 차이는 바로 '관점'의 차이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관점은 부모가 자식을 기르고 가르치는 양육의 최종 목적이 더없이 소중한 나의 아이가 마음이 반듯하게 자라 행복한 결혼을 꾸릴 줄 아는 능력을 갖추고 더불어 부모로부터 건강한 독립심을 길러주는 것일 수 있고, 두 번째 관점은 아이를 키우는 목적이 성장 후 부모의 손발이 되어주고 부모의 허허로운 마음을 채워주는 의존의 대상이 되게 하여 아이 역시 부모를 분리하지 못하고 부모와 융합되어 살아가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귀하는 자녀와의 관계에서 어떠한 관점을 지니고 계신지요?
만약, 전자 경우에 해당한다면 지금 아들의 모습을 서운해하기보다는 기뻐하고 대견해하실 일이라 여겨집니다. 왜냐하면 아들이 어머니보다 아내를 더 우선시하는 것은 어머니를 귀히 여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로부터 건강한 독립을 시도하여 새로운 자기 둥지를 가꿀 줄 아는 유능한 모습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아들이 결혼 후에도 아내보다는 어머니를 중심으로 한 불균형적인 결혼생활을 할 때 아내의 불만은 커질 것이고 그 영향은 시댁관계 또는 아들 결혼 성패와 직결되는 결과를 가져오리라 봅니다. 지금 귀하께서는 아들의 결혼 이후 태도에 대한 관점을 바꾸시는 게 필요합니다. 아들이 아내에게 잘하는 것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그것이야말로 어머니께 가장 큰 효도일 수 있습니다. 왜냐고요? 남편에게 사랑받는 여자는 자기의 아기들을 껴안고 너무나 어여쁘게 키우는 법이랍니다. 그리고 남편 사랑에 행복해하는 여자는 그에 보답하기 위해 시어머니를 귀히 여기는 부메랑 같은 사랑을 돌려주기 때문입니다.
어머니에게 있어 아들은 자식인 동시에 남모르는 의존의 대상임에는 틀림없는 모양이다. 아들도 어렸을 적엔 머루알 같은 눈동자로 오직 한 여자, 어머니만을 쳐다보며 세상을 배웠을 때가 있지 않았겠는가. 어머니는 그런 아들을 땅에 내려놓을 새 없이 오매불망 품 안에 넣어 온갖 재롱을 보이는 자식에게 흠뻑 빠져 일생을 바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모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심리적 '공존관계'를 형성한다. 필자는 이때의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를 때로는 빛과 그림자가 하나로 붙어다니는 회화적 이미지로 은유해 보기도 하고 때로는 악어와 악어새가 서로를 받아들임으로써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얻어내어 시너지 효과의 극대화를 설명하는 '공존'(共存)과 '상생'(相生)의 관계로도 비유해 본다. 악어는 악어새가 입으로 들어오는 것을 흔쾌히 허용하고 환영한다. 그가 곧 이빨에 걸려 있는 음식 찌꺼기를 제거해 주기 때문이다. 악어새 또한 그로 인해 먹이 걱정을 덜게 되는 순환적이고도 상호작용적인 유익을 주고받는다. 어머니와 아이의 관계도 이와 닮았다.
필자가 만나는 어떤 어머니는 장성한 아들의 마음과 관심을 독점하는 데 실패한 후, 몹시 낙담하고 우울해한다. 그리고 그 사랑을 마치 마당비로 싹 쓸어간 듯 여겨지는 며느리가 내심 불편하기만 하다. 그래서 그는 한탄하듯 빼앗긴 사랑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저는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주었죠. 아들은 제 헌신으로 자랐지만 지금 난 그 아이로부터 뒷전이 되었어요." 애틋한 모자 간의 사랑을 잊지 못해 호소하는 여인의 모습을 바라보던 필자가 조용히 말했다. "맞아요. 당신은 아이에게 사랑을 먹이는 위대한 양육을 했죠. 그런데도 아이는 지금 당신을 분리하고 있네요. 왜냐하면 아이는 이미 예전에 당신에게 그 가슴 설레고 기쁜 경험을 할 수 있는 엄마의 자리를 주었으니까요."
사람들은 대개 자기 자리에서 세상을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한 번쯤은 상대의 자리에서 자기를 바라다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시어머니의 자리에서 아들을 본다면 그는 나의 자식이며 나의 분신인 것이다. 그러나 며느리의 자리에서 그를 바라본다면 그는 나의 아들이기보다는 오직 며느리의 남편인 것을….
(대구과학대 교수·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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