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한 지 4년 2개월여밖에 안 된 IT기업이 국내 유력 포털보다도 더 많은 연봉을 준다. 결혼을 하거나 아이가 태어나면 각각 1천만원씩의 축하금을 주고 수시로 옷도 사준다. 연말에는 부모님 등 가족과 함께 특급호텔에서 1박 2일짜리 송년회를 갖는다. 그래서 '한국의 구글(Google)'이라고 불린다.
㈜핸드스튜디오(Hand Studio)는 세계 최초의 스마트TV 애플리케이션 전문기업으로, 스위스의 한 기업과 더불어 스마트TV 앱시장을 반분(半分)하고 있다.
핸드스튜디오의 안준희(32) 대표는 '한국의 구글'이라는 평가에 굉장히 부담스러워했다. 창업한 지 오래되지 않은 데다 비지니스 측면에서도 완전히 시장을 장악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스마트TV 시대가 열린 것도 아니고, 또 다른 비즈니스모델로 추진하고 있는 '사물통신' 혹은 '사물인터넷' 시장도 이제 개념 정립 단계일 뿐이다.
핸드스튜디오는 '지금 그리고 여기가 바로 꿈꾸는 무대입니다'(Here And Now is Dream Studio)라는 슬로건의 약자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내일 꿈꾸는' 무대가 아니라 복지와 연관된 오늘을 살아가는 모습인데, 지금 바로 여기서 만들자. 나중에 돈 벌어서 하고, 성공하면 이렇게 살자는 주의가 아니다. 돈은 없더라도 꿈을 나누고 하고 싶은 것,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회사. 우리 아버지 세대는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헌신하는' 세대였지만 우리 세대는 내일 행복하기 위해서 오늘을 포기하는 세대가 아니라 '오늘 행복하기 위해 오늘 소비하는' 세대다. 아버지 세대가 닦아준 바탕 위에 우리는 오늘에 맞춰서 살아보자는 마인드로 시작했다."
"복지도 그런 생각으로 시작했다. 수익이 없었으니까 처음에는 결혼과 출산 축하금 등은 없었다. 그러나 5명이 의기투합해서 책상 다섯 개를 놓고 컵라면을 먹던 시절에도 조금이라도 돈이 들어오면 그날 함께 나눠서 썼다.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가고, 놀러 가고 하다가 점점 크게 됐다. 갑자기 복지제도를 시행하게 된 것이 아니다."
몇 년밖에 안 된 회사가 복지제도로 유명해지자 기성사회 등 외부의 시선이 염려스럽게 다가왔다. 복지제도와 자율적인 근무조건에 현혹된 지원자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밥도 공짜로 주고 근무시간도 자율적이고 회사가 옷도 사준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사실이다.
안 대표는 회사의 복지제도는 직원과의 정당한 거래라고 말한다. 성과와 책임이 정확하게 반영된 복지라는 주장이다.
"대학 다닐 때 마케팅 기획서를 쓰면서 너무 재미있어서 누가 옆에서 삼시 세 끼 밥만 먹여주면 몇 날 며칠이고 기획서를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 마음에서 회사에서 식사를 제공하게 되었고,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옷을 사러 갈 시간도 없으니까 백화점 데리고 가서 옷을 사주는 이벤트를 하게 된 것인데 바깥에서는 복지만 두드러진 모양이다.
저는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핸드스튜디오는 복지가 좋은 회사가 아니라 직원들과 정당한 거래를 하는 회사다. 회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오너는 직원들에게 열정을 다하라고 요구하고, 그런 환경과 동기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이 회사에서 주인으로 일하게 하고 이 회사에 다니고 싶은 동기, 꿈과 비전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러면 직원들이 더 열심히 할 것이다. 제가 잘해주고 있으니까 복지는 마치 이런 것이라는 식의 오해를 하기도 하는데 저는 주는 것 이상의 성과를 요구하고 있다."
'구글' 역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최고의 복지 혜택 이상으로 성과에 대한 평가가 냉정하다는 점을 우리는 잊어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긴 지금의 스마트폰 앱 시장에서도 '카카오' 외에는 성공한 IT기업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냉혹한 현실이다. 여전히 삶에 깊숙이 침투해서 실생활을 바꾸는 IT서비스는 전 세계에서 1년에 한두 개 나오기 어렵다.
핸드스튜디오는 스마트TV 앱시장과 사물통신을 통한 컨버전스 시장에 대해 "아직 시장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지만 스마트폰으로 경험했으니까 이른 시일 내에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사물통신의 컨버전스 시장은 사물통신기기만의 시장이 아니라 컨버전스된 기존 기기에 어떻게 결합될 것인가가 진짜 시장이다. 그런 면에서 스마트폰에서 강자였던 기업, 스마트TV에서 강자였던 기업이 다시 한 번 기회를 얻는 그런 시장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핸드스튜디오는 아직 스마트TV 앱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TV만이 아니고 컨버전스다. 컨버전스했을 때 사용자(유저)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모바일에서 하는 서비스를 TV에서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가 개발한 '인터렉션 동화북'이라는 TV앱이 있는데 시장의 반응이 굉장히 좋다.
예전 TV앱 동화책은 '아기돼지 삼형제' 같은 동화의 경우, 음악이 나오고 캐릭터가 영화처럼 VOD로 보여주는 거였다. 우리가 만든 앱에서는 첫째 돼지가 지푸라기로 집을 짓고 늑대가 나타나서 바람을 '후~' 하고 불면 집이 날아갔다. 우리 앱에서는 모바일기기에서 사용자가 '후~' 하고 불면 TV에서 지푸라기로 지은 집이 날아간다. 이런 식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
또 '백설공주'도 백설공주가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라고 할 때 모바일에서 사용자가 자기 사진을 찍으면 그 사진이 TV에 있는 거울에 들어가게 된다. 그런 식으로 각 기기에 걸맞은 새로운 경험들이 서로 융합되면서 콘텐츠를 소비할 때 새로운 느낌을 주는 등 더 집중되고 몰입될 수 있도록 해준다."
-우리나라에서 사물통신이나 사물인터넷 시장 전망은.
"아직 시장이라고 할 정도는 안 된다. 시장이 정립되는 것이 아니라 개념이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스마트폰 초창기의 아이폰1'2처럼 가능성 있는 기기가 하나 정도는 나와야 하는데 삼성, LG 기기나 구글글래스는 아주 초기단계의 것이라서 아직 평가하기가 그렇다."
-젊은 CEO로서 어려움이 없지 않을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 5명이었다. 어려울 때는 괜찮았는데 회사가 단돈 몇억원이라도 수익을 내자 초기 멤버들이 자기 라인을 만들면서 정치게임이 벌어졌다. 서로 갈등을 일으키고 비난하는 일들이 빚어졌다. 그러다가 제가 '회사 내에서 정치게임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2명을 내보냈다. 그때가 2011년이었는데 그 시기가 가장 위기였다. 그때 '우리 회사는 정치게임이 없다. 오늘을 기억하자'고 공식적으로 이야기했다."
-어쨌든 200대 1의 경쟁이 빚어질 정도로 인재가 몰리고 있다.
"우리는 스펙을 보지 않는다. 자기 일을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을 뽑는다. 대학 때 학점이 좋지 않아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미쳐 지낸 사람을 선택한다. 지금 있는 직원들도 명문대 출신이 더 많은 것이 아니다. 전문대 졸업자나 고졸이 더 많다. 자기 필드를 운명처럼 느끼고 사랑해왔던 그런 스토리가 있는 친구를 더 좋아한다. 회사에서 복지를 아무리 잘해주더라도 행복은 자기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대학 졸업할 때 4.5점 만점에 2.6점이었다. 진짜 실력과 학점은 다르다. 제 학점으로는 삼성의 입사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되지 않는다."(웃음)
-복지 때문에 입사하려는 사람이 많은 것 아닌가.
"결혼과 출산 등의 격려금 혜택을 받은 직원이 지금까지 8명이다. 사실 수익관점에서 보면 매달 500만원씩 적금을 넣을 경우 1년에 6천만원, 1년에 6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큰돈이 아니다.
우리 목표는 연간 매출 100억원이 아니라 열심히 해서 연말에 부모님 모시고 송년회 거창하게 하자 같은 것이다. 그런 것이 더 현실적이다. 사실 복지보다는 성과 평가가 더 가혹하다. 우리는 대기업과 달리 1년에 두 번 평가해서 성과급을 반영한다. 2천만원 받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100만~200만원 받는 직원도 있다. 연속해서 성과를 못 내면 버틸 수 없다. 매년 10%의 직원이 나간다."
-아직 5년도 채 되지 않았다. 10년 후 핸드스튜디오의 모습은 어떨까.
"지금 제 고민은 복지와 직원의 만족도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이것을 잘못 인용해서는 안 된다. 복지 제도는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해주기 위한 것이다. 편리하게 해주겠다는 것이 아니다. 편하게 하려면 비영리기업에 들어가거나 공무원이 맞을 것이다.
10년이 지난 후에는 이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복지나 자유로운 조직 문화가 아니라 조직 구성원들이 이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것에 대해 명예롭게 생각하는 회사가 되었으면 한다. 동료에 대한 명예, 신뢰. 그 신뢰라는 것은 서로 이해해주고 보듬어주는 그런 동료애가 아니라 스파르타 군대처럼 그 분야의 실력가가 내 옆에 있고 나도 그에 못지않은 실력가라는 자부심으로 서로를 신뢰하는 그런 것이다.
앞으로도 이 정도 규모의 회사는 유지할 수 있겠지만 30명이 넘어가니까 전체를 무장시키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단 10명이라도 자기 일에서 최고라는 자부심,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 자기 일에서 가치를 발견한 사람들, 그것을 빨리 가슴에 새긴 젊은이들과 계속해서 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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