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아이들에게 학교를 되돌려주자

2012년에 개봉한 '돈크라이 마미'라는 영화는 학생들 간의 폭력(이 영화에서는 성폭력을 다루었음)에 대한 학교, 경찰 등 사회의 미온적인 대처에 참다못한 피해학생의 엄마가 개인적으로 가해학생을 응징한다는 내용이었다. 딸을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감정이입되어서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 속의 이야기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큰 충격과 분노를 느꼈던 기억이 있다.

학교폭력 사례들을 살펴보면 아이들끼리의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도를 넘은 엄연한 범죄행위로 볼 수밖에 없는 사안들이 많다. 왕따(따돌림)뿐만 아니라 '빵셔틀'(컴퓨터 게임에 등장하는 수송비행선의 이름과 빵을 조합한 신조어로 빵 심부름하는 것), '일진따'(왕따 중의 왕따), '신발셔틀'(신발가방 들어주는 것), '돈셔틀'(돈을 가져오라고 강요하는 것), '숙제셔틀'(숙제를 시키는 것) 등이 일상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심지어 사이버상 폭력(사이버불링'Cyber Bullying)을 조장하는 '현피'(네트워크상에서 만나 현실의 폭행'살인 등 행위로 이어지는 것), '떼카'(여러 명이 단체대화창에 피해학생을 올려놓고 험담하는 것), '카톡감옥'(대화창에 초대하여 나가지 못하도록 고통을 주는 것) 같은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이니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짐작 가능하다.

어린 나이에 다른 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학생은 이후에 범죄에 개입할 위험이 훨씬 높아진다는 외국 보고서도 있다. 폭력 가해경험이 있는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3학년 사이 남자 학생 가운데 약 60%가 24세가 될 때까지 최소 전과 1범의 공식기록이 있다는 것. 35~40%는 전과가 3범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가해나 피해경험이 없는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10%만이 전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의 사례이지만 일반 학생들보다 학교폭력 가해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이 심각한 비행이나 범죄 자행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난 사실은 학교폭력이 단순히 학교폭력에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하겠다.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느끼는 안전체감도는 아직 미흡한 게 사실이다.

'학곡'(學穀)이란 말이 있다. 이는 자식이 서당에서 학우에게 피해를 입혔을 경우에 대비해 우리 선조들이 벼와 보리를 추수하면 별도로 준비해 둔 곡식으로, 자식이 학우에게 가해행위를 한 경우 피해학생의 월사금을 대납하는 등 피해를 보상하는 데 사용되었다고 한다. 우리 선조들은 일찍이 학교폭력에 관심을 갖고 슬기롭게 대처해 왔던 셈이다.

학교폭력은 단순히 아이들만의 일이 아니다. 크게는 가정교육의 부재, 그리고 입시위주 교육에서 기인한 인성교육의 부재에서 출발한다. 지금부터라도 학생들에게 숨통을 틔워주고, 자신의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놀이문화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친구들을 경쟁자로 내몰아가는 입시위주 교육에서 서로의 장점을 칭찬하고 공유하며 협동심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방법의 일대전환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최근 교육부와 경찰청이 전국의 경찰치안센터(20개소)를 교육공간으로 리모델링, 학교폭력 가해자'피해자 체험학습을 통해 학교폭력의 폐해를 학생들 스스로 깨닫게 하는 '청소년경찰학교'를 시범 운영키로 한 것은 의미 있는 시도라 생각한다. 대구에서도 중부경찰서에 '청소년경찰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다.

학부모들은 조상들의 '학곡'에서 부모가 지녀야 할 덕목을 배울 수 있다. 학교도 더 이상 학생들을 입시경쟁에만 내몰지 말자. 그리고 학교 주변에 하이에나처럼 어슬렁거리며 학생들을 나쁜 길로 유혹하고 있는 불량어른(?)들을 한시바삐 추방시키자. 이제는 학생들에게 학교를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 깃든 장소로 기억되게 만들어주자.

윤현선 대구 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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