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척추·재활·스포츠전문병원으로…개원 20주년 지용철 보강병원장

1980년대 미·일·佛서 척추 연수, 올 2월 경북대의대 총동창회장에

"환자가 '고객'이 되어선 안 됩니다. 의사는 환자를 위해 고민하며 한번 만난 환자는 평생 책임진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척추 전문 병원인 보강병원이 이달 30일 개원 20주년을 맞는다. 1994년 4월 달서구 본리동에서 3개 과 103개 병상으로 출발한 보강병원은 1998년 진천동으로 옮겨 6개 과 220병상을 갖춘 척추'관절'재활 전문 병원으로 자리 잡았다.

지용철(63) 병원장은 척추 질환 전문 1세대다. 지 병원장이 척추 분야에 뛰어든 1980년대는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척추조영술이나 X-선에 의지했기 때문에 정밀 진단이 불가능했고 육안으로 튀어나온 디스크를 제거하는데 그쳤다.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이 국내에 도입된 건 1990년대에 들어서다.

부족함을 느낀 지 병원장은 영남대의료원에서 근무하던 1987년 미국 뉴욕대병원에 연수를 떠났다. 이후 미국 메이요 클리닉과 클리블랜드 척추센터, 일본 홋카이도 대학병원, 프랑스 파리 대학병원, 캐나다 토론토 대학 등에서 연수를 받으며 노하우를 익혔다.

대학을 박차고 나온 1994년. 투자금을 모아 달서구 본리동에 병원을 열었다. "볼링장을 리모델링해서 병원으로 꾸몄는데 장비 하나도 마음 놓고 구입하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웠어요. 병실 커튼과 비품은 서문시장에서 구입해 제작했고 수술실 소독장비도 칠성시장에서 직접 제작해 사용했죠." 대신 차별화된 의료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수술환자의 진료카드를 전산화하고 대구에서 처음으로 환자 추적관리 시스템도 도입했다.

환자들이 밀려들었다. 개원 6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작지만 열악한 병원 환경이 문제였다. 보건복지부 특별자금 30억원을 지원받아 모든 수익금을 새 병원을 짓는데 투자했다.

그러나 착공한 지 1년 만에 IMF 외환위기를 맞았다. 금융권에서 빌린 자금의 이자가 연 20%를 넘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건설비 독촉에 시달렸다. "정말 힘든 시기였어요. 70억원 정도로 예상했던 건축비가 100억원으로 뛰었으니까요.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어렵게 옮긴 병원은 1년 6개월 만에 부채를 다 갚았을 정도로 환자들이 몰렸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매년 8만 명이 넘는 외래환자가 병원을 찾았다. 2001년 1월에는 사회환원을 위해 의료법인인 서봉의료재단을 설립했다.

지 병원장은 "지금은 미래가 불확실한 시기"라고 했다. "요즘 환자들은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다른 병원으로 발길을 돌리거나 화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과 사람을 대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 시기죠." 그는 "운영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꿀 특단의 조치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2월 임기 2년의 경북대 의대 총동창회장에 선출됐다. 경북대의대 동창회는 회원 수만 8천400여 명에 이르는 단체다. "현재 경북대 의대의 위상은 과거보다 많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권위의식을 버리고 자세를 낮추며 화합 해야 합니다. 구성원들과 자주 만나 소통하며 필요한 지원 대책을 마련할 생각입니다."

지 병원장은 "앞으로 척추와 관절, 재활 분야까지 넓혀서 재활과 관절 분야가 조화를 이루는 병원, 뿌리가 든든한 스포츠 전문 병원으로 발전시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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