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침몰 위기에 놓이면 선장은 위급 상황을 승무원과 승객에게 알려야 한다. 배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일 경우 직접 '퇴선'(Abandon Ship) 명령을 내리는 게 정해진 규칙이다. 해양인명안전(SOLAS) 수칙에는 짧게 7번, 길게 1번 사이렌을 울려 비상 상황을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16일 진도 세월호 참사에서 선장(이준석)은 선장이기를 포기했다. 승객들에게 선실에서 대기하라는 말만 되풀이하고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제일 먼저 도망쳤다.
이번 참사에서 아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뛰어다닌 사람은 교사와 동료 학생들이었다. 바다를 잘 아는 사람도 아니고 선박 전문가는 더더욱 아니다. 난생처음 배를 타 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긴박한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유지하며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다. 위험을 알리고 다른 이들을 구조하는 데 소중한 시간을 썼다. 구조자들의 말을 빌리면 "객실 문을 열고 즉시 바다로 뛰어들라고 소리쳤고 나가자마자 물이 차올랐다"고 했다.
'선장은 최후까지 배와 운명을 같이한다'는 말은 상식이다. 하지만 세월호에서는 영화에나 나오는 우스운 얘기가 되고 말았다. 배가 침몰하는 와중에도 선장은 가장 먼저 배를 버리고 탈출했다. 16일 오전 9시 30분께 해경에 가장 먼저 구조된 47명 가운데 세월호 선장과 선원 10명이 끼여 있었다. 끝까지 남아 승객을 대피시켜야 할 선원들이 살겠다고 먼저 꽁무니를 뺀 것이다. 2012년 이탈리아 질리오 해상에서 좌초한 초대형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 호의 판박이다.
항해사와 갑판장, 조타수, 기관장 등이 도대체 무엇을 하는 직책인가. 안전 운항과 승객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투철한 직업의식과 책임감을 기대하는 게 애초 무리인가. 끝까지 안내방송을 맡고 승객 구조를 위해 뛰어다니다 숨진 여승무원 박지영 씨를 빼고는 대부분 치욕스럽게 목숨을 부지했다. 누가 이들을 뱃사람이라고 하겠나?
극소수를 빼고 세월호 선원들은 아둔한 것도 모자라 비도덕 그 자체다. 자신들을 먹여 살리는 승객과 배를 찬 바닷물에 내버려두고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해난사고가 있었지만 많은 선장과 선원들이 배와 최후를 같이했다. 그러나 세월호는 역사에 길이 남을 오명을 남겼다. 응당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도망친 이들의 무능함과 비겁함에 치가 떨린다. 이들에게는 법적, 도덕적 준엄한 심판이 있어야 한다. 참으로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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