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같은 인간"이라 말한다. 그러나 비장애인들도 하기 힘든 일들을 불편한 몸으로 해내는 장애인들을 보면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훨씬 더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눈물겨운 도전 이야기, 마침내 도전에 성공하는 이야기는 모두의 마음에 큰 울림을 준다. 장애인 주간을 맞아 장애인들이 책과 영화를 통해 전달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모아봤다. 그들의 도전하는 삶을 엿보며 우리 일상에서 잃어버렸던 용기를 되찾음과 동시에 장애를 이해하는 한 주를 보내보면 어떨까.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책
1. 달달한 인생/지현곤/생각의 나무/2010.0
초등학교 1학년 때 척추결핵에 걸린 이후로 두 평 남짓한 골방에서 그림을 그려 세계적인 만화가가 된 지현곤 작가의 인생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다. 지현곤 작가는 쪽방에 누워 힘겹게 그린 그림으로 1991년 '주간만화'에 데뷔, 1994년 대전국제만화영상전 대상, 1994년 국제서울만화전 금상, 1995년 국제서울만화전 대상, 2006년 대전국제만화영상전 우수작가상을 받았다. 2008년에는 한국 카툰 작가로는 처음으로 뉴욕 아트게이트 갤러리에 초청돼 단독 전시회를 열었다. '달달한 인생'은 지현곤 작가의 소박한 일상을 그의 특유한 재치로 풀어간다. 이 책의 또 다른 재미는 책 한 장 한 장마다 그려진 지현곤 작가의 그림. 풍자적인 표현에 긍정적인 그림을 보고 있으면 입가에는 어느새 미소가 머문다.
2. 닉 부이치치의 플라잉/닉 부이치치/두란노/2013
스케이트보드 타기, 1분에 43단어 타이핑하기, 드럼 연주, 요트 운전, 스카이다이빙까지. 팔과 다리가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일들이다. 닉은 이 모든 일들에 도전하고 성공하며, 제목처럼 누구보다 화려하게 비상한다. '믿음의 날개'를 경험한 닉은 누구보다 강인해질 수 있었다고 말한다. 누구에게나 숨은 날개가 있고, 누구나 기적을 꿈꿀 수 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 전하는 닉. 책에는 닉과 그의 사랑하는 가족들의 행복한 모습도 실려 있다. 날개가 있지만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들, 다른 사람들에 의해 날개가 꺾인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3. 다음 정거장/글렌 핀란드/레디셋고/2013
선천적으로 자폐를 가진 청년 데이빗이 자신만의 속도로 인생을 살아가며 홀로서기를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데이빗의 어머니이자 저자인 글렌 핀란드가 '워싱턴 포스트 매거진'에 기고하면서 호응을 얻자 책으로 엮었다. 달리기를 좋아하고 수줍음이 많은 데이빗은 자신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를 내기도 하는, 보통사람보다 조금은 특별한 청년이다. 그런 그가 스물한 살이 되면서 홀로서기를 준비한다. 첫 번째 도전은 워싱턴 D.C.에서 지하철 타기. 보통사람에게는 일상적인 일이지만 데이빗의 엄마는 데이빗을 데리고 지하철에 오르기를 반복한다. 이 책은 데이빗이 세상을 향해 한 발짝씩 내디딜 때마다 일어나는 가족 간의 이야기와 그것을 함께 극복해 간 순간들을 생생하게 담았다.
4.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장영희/샘터/2009
'장애'와 '암 투병'. 자칫 암울해지기 쉬운 소재들이지만 장영희 교수 특유의 긍정적인 유머와 재치로 그녀의 일상을 소개한다.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소아마비 장애와 세 차례 암 투병을 겪은 장영희 교수의 삶을 전하는 에세이다. 이 책의 매력은 장 교수의 따뜻한 문체에 있다. 자신의 고통을 희망으로 이겨낸 생생한 체험은 마치 친구에게서 온 정겨운 손 편지를 꺼내 읽는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그는 '희망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힘주어 강조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생 속의 고통에서 작은 희망과 큰 행운,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장 교수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읽는 사람의 마음에도 희망의 불씨가 번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5.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은진슬/생각의나무/2010
시력을 잃고 불의의 사고로 피아니스트의 길을 포기해야 했던 은진슬의 청춘 분투기. 은진슬은 미숙아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에서 산소 과다 공급으로 미숙아 망막증에 걸려 시력을 잃었다. 이후 점자 악보를 통째로 외우는 등 끈질긴 노력 끝에 대학 기악과에 입학했지만 미래는 긍정적이지 않았다. 불의의 사고로 발목을 다쳐 전문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어야 했고 아버지의 돌연사, 주체할 수 없는 우울증을 겪으며 어두운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뜨거운 긍정의 불씨를 잃지 않는 은진슬. 미국에서 사회복지정책을 공부하고 보컬 앙상블 코디네이터 겸 반주자로 활동하며 장애인 권익을 위한 글쓰기 활동을 하며 당당한 삶을 살아간다.
◆영화
1. 이상한 나라의 피비(2008)/감독 다니엘 반즈
틱장애를 겪는 소녀가 연극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자아를 찾게 된다는 성장 영화다. 피비는 '투렛 증후군'이라는 정신장애를 겪고 있는 아홉 살 난 소녀다. 어느 날, 학교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연극할 사람을 모집하는데 피비는 앨리스 역할을 맡게 된다. 사려 깊고 열정적인 연극반 선생님과 이해심 많고 헌신적인 부모님의 도움으로 피비는 연극을 통해 장애를 극복하고 성장해 나간다.
2. 미투(2009)/감독 알바로 파스토르, 안토니오 나아로
34살 다니엘은 다운증후군으로서는 유럽 최초로 대학을 졸업하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그는 장애를 극복한 특별한 존재로 수차례 방송출연까지 한 유명인. 첫 출근 날, 매력적인 직장동료 라우라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장애를 지녔지만 누구보다 마음이 건강한 다니엘과 겉으로는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마음속에 깊은 상처를 지닌 라우라는 어느새 단짝이 된다. 다니엘과 라우라가 사랑하는 모습은 평범한 로맨스 영화 주인공보다 더 사랑스러워 보인다. 주인공 다니엘을 연기한 '파블로 피네다'는 실제 다운증후군으로 유럽 최초로 학사학위를 받아 주목을 끌기도 했다.
3. 레이(2005)/감독 테일러 핵포드
전 세계인의 가슴 속에 살아있는 '레이 찰스'의 감동 실화. 흑인 소년 '레이'는 시력이 급격히 나빠져서 7살 때부터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다. 창문 밖 벌새의 날갯짓 소리까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타고난 청각과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발판으로 흑인 장애인이 받아야만 했던 모든 편견을 물리치고 가수로서의 삶을 시작한 레이. 흑인으로, 그것도 시각장애인으로 당당히 세상의 편견과 맞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그가 바로 전 세계인들의 가슴속에 살아 있는, 영혼의 음성 '레이 찰스'다.
4. 글러브(2011)/감독 강우석
대한민국 프로야구 최고의 간판투수였던 김상남은 음주폭행에 야구배트까지 휘둘러 징계위원회에 회부되고 잠깐 이미지 관리나 하라는 매니저의 손에 이끌려 청각장애 야구부 '충주성심학교' 임시 코치직을 맡게 된다. 야구부 전체 정원 10명, 듣지 못해 공 떨어지는 위치도 못 찾고, 말 못해 팀플레이도 안 되는 이 야구부의 목표는 전국대회 첫 출전. 그 누구보다 전국대회 출전에 부정적이었던 상남은 아무도 믿어주지도 않고, 자기가 친 홈런 소리조차 듣지 못하지만 글러브만 끼면 치고 달리며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보며 묘한 울컥함을 느낀다. 목표를 달성하고자 아이들과 상남이 함께 야구를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따뜻한 시각으로 그린 영화.
5. 여인의 향기(1992)/감독 마틴 브레스트
불의의 사고로 실명한 퇴역장교와 가난한 모범생이 함께 여행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그렸다. 퇴역장교인 프랭크는 매우 지적인 사람이지만 괴팍한 성격 탓에 함께 사는 조카들조차 그를 무서워한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 자살을 결심한 프랭크는 가족들이 모두 여행을 떠난 뒤 자신을 방문한 가난한 모범생 찰리에게 함께 뉴욕으로 가기를 청한다.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하고자 호화롭게 이어진 여행길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친밀감을 느낀다. 자살을 시도하려다 찰리의 설득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온 프랭크. 프랭크를 집까지 바래다준 찰리는 조카들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프랭크의 달라진 모습을 확인하고 미소 지으며 돌아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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