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名 건축기행] <16>경산 와촌도자기공방

시끄러운 주변 건물들과 분리시켜 방문자들이나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건물을 응시하게 함으로써 후면 바위산의 아름다움을 한마디의 시어로 표현한 와촌도자기공방.
시끄러운 주변 건물들과 분리시켜 방문자들이나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건물을 응시하게 함으로써 후면 바위산의 아름다움을 한마디의 시어로 표현한 와촌도자기공방.
글 백성기 건축사무소 him 대표 건축사 사진 김용관
글 백성기 건축사무소 him 대표 건축사 사진 김용관

▷2004년

경북 경산시 와촌면 음양리, 대구 동구 능성동에서 경산 갓바위 가는 길 왼쪽 한적한 국도변에 자리한 와촌도자기공방은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Gallery), 직접 작업활동을 가능케 하는 작업실, 휴식과 사색의 공간 작은 다실, 그리고 주거공간의 기능을 담고 있다. 앞으로 완공될 직선화된 도로에 대해, 또 이미 지어져 있고 앞으로 지어질 주변 건물들에 대해 이 건축물이 어떻게 작동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서 설계는 시작되었다. 서로 다른 다양한 용도의 쓰임을 통합하여 얽히고설킨 실타래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기본적인 개념은 고요한 평화를 의미하는 '침묵'이다.

침묵의 개념은 이 건물을 순수(sublime)케 함으로써 시끄러운 주변 건물들과 분리시켜 방문자들이나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건물을 응시하게 함으로써 후면 바위산의 아름다움을 한마디의 시어로 표현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은 침묵에서 나와서 침묵으로 사라지니 결국 침묵은 우리들이 사용하는 말의 근원과 같은 이치로, 침묵은 말을 포함하면서도 넘어서 있다. 이 건물이 주변의 웅변하는 건물들 속에서 침묵함으로써 근원적인 본질을 내포한다고 할 수 있다.

길이 27m의 갤러리는 차후 주변의 건물을 위한 사도(私道)역할을 하게 될 도로변에 앉아 있다. 뒤쪽으로는 수직적으로 1층에 활동적이고 다소 공적인 성격의 작업실, 2층에 사적인 성격이 강한 주거공간이 위치한다. 순수한 형태의 노출콘크리트의 한쪽에 입구임을 암시하는 계단을 올라 내부로 들어서면 수공간을 따라 건축주의 작품들이 도열해 있고, 쏟아지는 빛의 안내를 따라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작업장으로 인도된다. 갤러리를 지나 빛이 쏟아지는 수직 보이드(Void)*를 만나면 비로소 건축물의 전체적인 볼륨을 파악하게 된다. 빈 공간에 떠 있는 브리지는 전면의 원경과 후면의 근경을 프레임에 담아내면서 시각적 정점을 형성한다.

▷2014년

"예술은 반성(reflexion)하면서 진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술이 학문처럼 진리를 찾아 실제와 만나려 하지만 모든 예술작품이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때로 예술은 실패하며 창작자는 목적을 잃고 잘못 생각하며 거짓된 것을 만들어낸다. 건축이 실제와 만나는 방법은 끊임없는 노동이다. 갈고 다듬어 빛을 낸 그 어떤 개념, 텍스트(Text)보다도 건축이 힘을 갖는 것은 노동과 실천을 통해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존재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모든 창조는 노동의 증거이다. 창조는 자유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엄격한 필연성의 시도에서 태어나는 것이며 예술가는 영감의 규범을 실제에서, 질료에서 찾는다.

"질료가 없다면 영감은 어떤 것도 형상화하지 못한다는 것이 명백하다. 예술가, 예술의 근원에는 항상 어떤 최초의 대상 또는 구체적인 어떤 강요가 필요하다. 건축가에게 대지(site)나 돌처럼, 조각가에게 대리석 덩어리처럼, 예술가는 그 위에 그의 지각을 실행하는 것이다."- 알랭(Alain)**

빛나는 개념과 지각을 실행하기 위해 얼마나 노동했는지 반성하며 10년의 건축을 뒤돌아본다.

노동의 절정은 단순한 반복이다. 이러한 단순의 반복은 지겨움이 아니라 오히려 풍요로움을 선물한다. 필립글래스(Philip Glass)***의 단순구조로 반복되는 음악이 우리를 무한대로 인도하듯이….

★키워드:*보이드(void): 내부 공간구성에서 구심성(求心性)이 되는 장소에 설치하는 오픈 스페이스(open space).

**알랭(Alain'본명 에밀 샤르티에 Emile Auguste Chartier'1868~1951): 프랑스의 대표적인 철학자.

***필립 글래스: 1960년대 반복적인 음색과 리듬 기법, 미니멀리즘(minimalism-형식상의 최소주의)을 특징으로 하는 미국 음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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