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사고, 분노, 망각, 참사재발의 악순환 끊어야!

김성수 인제대 인문사회과학대학장

세월호 참사를 보며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에 대해 다시 한 번 경악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간의 대형 참사를 보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로 501명이 사망하였다. 부실공사와 안전감리 미비가 원인이었다. 1970년 남영호 전복으로 326명이 사망하였고, 1953년 부산항으로 향하던 창경호는 풍랑과 파도에 침몰하여 300명이 사망하였다.

1993년 서해훼리호가 위도 앞바다에서 침몰하였는데 정원 221명을 무시하고 무려 362명이나 배에 타서 292명이 사망하였다. 2003년에는 한 장애인이 지하철에 불을 질러 공식 사망자가 192명이나 되는 참사가 일어났다.

1971년 대연각 호텔 화재로 167명이 사망하였는데 고층 빌딩에 당연히 있어야 할 스프링클러와 방화벽 등이 부실하여 피해를 더 키웠다. 1995년 대구 상인동 가스폭발로 101명이 사망하였다. 1974년 청량리 대왕코너 화재로 88명이 사망하였는데 그 대부분이 나이트클럽 손님들이었다. 클럽 종업원들이 '돈 내고 나가라'고 문을 막아 참담한 사태를 초래하였다. 안전 대피라는 개념조차도 없었던 걸로 보인다. 1993년에는 구포역에서 열차가 뒤집혀 78명이 사망하였다. 건설회사가 철로 밑에서 발파작업을 하였는데 그 철로로 달리던 열차가 사전 통보를 받지 못해 일어난 어처구니없는 사고였다.

남영호, 창경호, 서해훼리 사고는 풍랑과 파도도 있었지만 정원 초과 탑승이 핵심 원인이었다. 그러나 이번 세월호 참사는 일본에서 운항한계연령에 달한 선박을 도입하여 객실과 화물칸을 증축한 구조변경, 안개로 인한 지연출발과 무리한 운행, 그리고 사고 직후 선장과 승무원들의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직무유기에 그 원인이 있다. 해경은 무리하게 급회전하다가 화물칸 안 180여 대의 자동차들과 1천t 이상의 컨테이너가 미끄러지며 선체에 강한 충격을 준 것을 침몰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사고 이후 140분 동안 즉 그나마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승객 대피를 제대로 못 시킨 선장과 승무원들은 도대체 안전대피요령을 알고 있었는지, 전문가로서의 직업윤리와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있었는지 묻고 싶다.

사고 초기 15분 정도는 선박이 어떤 상황에 직면했는지, 어떻게 피신시켜야 할지를 승무원들과는 물론 무전을 통해 해경 및 해난사고 전문가들과 논의하며 지혜를 모았어야 했다. 그 후엔 승객들에게 대피 요령을 알려주고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 것이 그들의 기본 직무이다. 그런데 우왕좌왕하다가 매점담당 직원을 마이크에 앉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라'는 말만 반복하게 해두고는 선장과 승무원들은 먼저 배를 빠져나와 버렸다. 하다못해 승객들을 갑판으로 올라오게 하고 구명 뗏목이라도 펼쳐주었더라면 꽃다운 젊음의 희생은 훨씬 적었을 것이다.

재난 사고로 금쪽같은 인명을 잃은 유족들의 슬픔과 우리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의 애도 목소리를 흘려들어서야 되겠는가? 반도체, 자동차 수출 대국, 한류의 진격에 호들갑을 떨지만 세월호 참사와 같은 후진국형 재난이 대한민국의 좌표를 다시 한 번 되살피게 한다. 안전대피 매뉴얼을 개발하고 체계적 재난 대피 훈련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안전행정의 본질인데 어설프기 그지없다. 항공사, 해운사 등 민간 부문의 순응(順應)은 엉망진창인 상태이다.

구조변경한 선박의 경우 복원력 등을 감안하여 개별 선박에 맞는 재난대피 매뉴얼이 따로 고안되어야 하고, 승무원들은 철저히 숙지(熟知)해둬야 하지 않겠는가? 승객의 안전에 최고의 가치를 두고 사업종사자들은 최선의 대피 요령을 개발하고 반사적(反射的)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언론과 관련 학계에서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 평상시에 주의를 환기시켜야 하고 정부 및 선박 안전검사기관들이 지속적으로 법령을 정비하고 철저하게 모니터링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대형참사달력'이라도 만들어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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