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10시 30분쯤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부모와 유치원생, 초등학생 10여 명이 지하철안전 전시관에 들어섰다. 서 있던 지하철이 움직이더니 약 5초 동안 전등이 깜빡거리다 완전히 꺼져 버렸고, 객실 한쪽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미리 설명을 들었으나 갑작스럽게 닥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학생들과 부모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러다 한 부모가 아이에게 비상코크함 밸브를 당기게 했다. 손으로 지하철 문을 연 이들은 몸을 낮추고 손으로 입과 코를 막은 채 통로 유도등을 따라 몸을 옮겼다. 겨우 전시관 밖을 나온 이들은 "사전 교육을 받았으나 실제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당황스러웠다"며 "만약 대피요령을 알지 못했다면 밖으로 빠져나오는 게 어려웠을 것이다"고 했다.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로 안전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각종 재난에 대한 안전체험을 해볼 수 있는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는 참사 이후 가족단위 방문이 부쩍 늘었다. 이곳 관계자는 "학교나 유치원 등의 단체 체험객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부모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와 직접 안전교육을 시키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며 "참사 후 예약 방법 등을 묻는 부모들의 문의가 2, 3배 늘었다"고 전했다.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는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 2'18 대구지하철 참사 등 각종 재난과 안전사고 유발요인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실질적인 체험교육을 통해 시민의 안전의식과 재난대응능력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2008년 설립됐다. 대구소방안전본부가 관리하고 소방관 19명이 직접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곳에서는 지하철 화재나 지진 등 각종 사고와 재난 등을 체험할 수 있어 안전수칙 준수와 응급상황 대처능력을 높일 수 있다.
6세 아들을 데리고 온 이윤화(36'여) 씨는 진도 참사를 보고 아들에게 안전의식을 키워주려고 부산에서 이곳을 찾았다. 그는 "여러 상황을 체험해볼 수 있어 영상이나 말로만 듣는 것보다 훨씬 이해하기 쉬웠다"며 "이번 진도 참사처럼 언제 어떤 상황에서 사고와 재난이 닥칠지 몰라 아들에게 어릴 적부터 안전의식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했다.
두 자녀와 함께 온 신윤호(39) 씨는 "이번 참사를 보면서 안전교육이 공부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마음으로 새기게 됐다"며 "학교 측이 안전교육을 하겠지만, 실제 상황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고 했다.
아이들에게도 귀중한 시간이었다. 이세윤(12) 군은 "앞으로 지하나 낯선 건물에 갈 땐 탈출 방향이나 비상구를 꼭 찾아볼 것"이라며 "한 번 경험했으니 위급한 상황이 닥쳐도 크게 당황하지 않고 잘 대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제갈현수 교육팀장은 "안전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어릴 때부터 몸에 배도록 익혀 무의식적으로 움직일 정도가 돼야 실제 상황 발생 시 대처할 수 있다"며 "시민들이 재난안전교육에 더욱 관심을 가져 진도 참사와 같은 안타까운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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