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학교는 학생들이 진로나 전공과 관련해 자신만의 색깔을 낼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정규 교육과정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라 학생 개개인의 관심 분야와 역량을 보여 주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고교는 학생의 진로와 상관없이 수능시험 관련 수업을 방과 후에 개설하고 있는 형편이다.
대입 수시 전형에서 가장 비중이 큰 학생부중심전형의 경우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노력했는지를 비중 있게 보기 때문에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이를 드러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사회과학에 관심이 있는 문과 학생이라면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가운데 국제관계, 국제정치 등의 수업을 찾아 수강하는 식이다.
수업 형태도 지식 전달이 아니라 강사와 학생이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는 학생 주도형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서 프로젝트형 수업을 권장하는 것은 학생 스스로 학문적 호기심을 갖고 해결해 나가는 능력을 기를 기회로 만들라는 의미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수강하는 과목에 대한 실적물을 만들고, 대학에 학문적 잠재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게 된다.
방과후학교가 이처럼 운영되려면 학교 차원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이제 각 고교는 방과후학교를 수능시험에 대비하는 보충수업 정도로 여기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방과후학교는 학생들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학문적 이해를 넓히고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방과후학교는 정규 교육과정에서 다루기 어려운 학습 진로에 관한 과목들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인문, 사회, 경영'경제, 자연, 공학, 의학 등 계열을 나눠 관련 수업을 개설해 학생들이 진로를 고민하고 전공을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동시에 학생들에게 개설된 수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정규 수업시간에 경제 과목을 수강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함께 국제경제 수업을 듣게 되면 학생 간 이해도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강사가 수업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학생들에게 진정 도움이 되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구성하기 위해 학생들이 원하는 수강과목을 조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로나 수준에 맞는 과목을 개설, 안내하는 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지금부터라도 각 고교는 학생들의 진로에 도움이 되는 수업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학생들의 수준에 맞고 그들이 관심을 갖는 영역을 결정해 자기 학교만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구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규 수업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수능 대비형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학생들에게 듣게 하는 것은 선택형 교육과정을 지향하는 현 시점에서 학생들에게 또 다른 교육폭력이 아닐까 싶다.
김기영 매일신문교육문화센터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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